디쉬인사이드

삼국지처럼 사랑 받는 중국의 술과 차

디쉬인사이드 중국: 소흥주, 마오타이주, 우량예, 이과두주, 금문고량주,녹차, 청차, 홍차, 흑차, 화차…in 영화 <삼국지 /> <와호장룡> <전랑2>
디쉬인사이드 중국: 소흥주, 마오타이주, 우량예, 이과두주, 금문고량주,녹차, 청차, 홍차, 흑차, 화차…in 영화 <삼국지 /> <와호장룡> <전랑2>

관우가 조조에게 받아 마셨던 황주부터
닉슨이 ‘죽의 장막’을 넘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마셨던 마오타이주까지
중국 곳곳에서 만들어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다양한 술!
그리고 오랜 역사와 풍미를 자랑하는 중국의 차!
영화 속에 그려지는 중국의 술과 차를 따라가본다.

영원한 베스트셀러, 삼국지

한국사람들에게 가장 친근한 중국의 고전이라면 단연 삼국지를 꼽을 수 있다. 삼국지는 중국의 역사서에 포함되는 정사로서의 삼국지도 있고, 이를 바탕으로 소설로 엮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가 있다. 우리가 흔히 삼국지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삼국지연의를 번역한 것을 말한다. 이 삼국지가 얼마나 한국인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가 하면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성어나 표현들 가운데 삼국지에서 나온 것이 참으로 많다. 이게 이런 연유에서 나온 것이라고 굳이 원전을 인용하지 않고 사용해도 될 만큼 삼국지를 읽은 사람들도 많고, 그 내용이 자주 회자된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도원결의, 고육지책, 삼고초려, 읍참마속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삼국지에서 나온 용어들이 많다. ‘계륵’이라는 표현도 그렇고, 탄핵 이전 정권의 폐단으로 ‘십상시’라는 말이 자주 나왔는데 역시 모두 삼국지를 바탕으로 퍼진 말들이다.

한국에는 여러 종류의 판본이 있어서 초기에는 일본작가 요시카와 에이지가 쓴 평역본을 다시 한국어로 중역한 것이 대세를 이루다가 이후에 한국작가들의 평역, 번역본들이 나오면서 점점 더 원전에 충실하고 정확하면서 문장도 매끄러운 것들이 독자들과 만나게 되었다. 박종화 정비석 박태원 이문열 황석영 등 유명 작가들도 자신의 삼국지 평역 내지는 번역본을 낸 바 있다. 이문열의 평역본은 논술시험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수백만 권이 팔려 작가에게 수십 억의 인세를 가져다 주었다는 뒷이야기도 있다. 소설뿐만이 아니라 고우영의 삼국지를 비롯하여 여러 만화버전도 유명하다. 게임업계에서도 삼국지는 영원한 베스트셀러 품목이기도 하다.

그러니 원작의 나라 중국에서는 얼마나 많은 TV드라마, 영화가 만들어졌겠는가. 대만과 홍콩에서, 나중에는 대륙에서 숱한 버전들이 나왔고 이 가운데 한국 관객에게 소개된 것도 여러 개 된다. 영화의 경우 원전의 이야기가 워낙 방대해 만들기도 불가능하여 ‘도원결의’편 이라든가 ‘적벽대전’편 등 특정 사건이나 일화를 중심으로 만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삼국지 하면 빠질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술이다. 시작하는 부분의 도원결의에서부터 술이 빠지지 않는다.

소설뿐이 아니라 실제로 조조는 뛰어난 문인이기도 하였다. 그의 유명한 노래 ‘단가행(短歌行)’은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한 걸작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지는데, 술로 시작한다.

對酒當歌 人生幾何 譬如朝露 去日苦多
慨當以慷 憂思難忘 何以解憂 唯有杜康 (하략)

술을 앞에 대하고 노래를 읊노니 인생은 참으로 짧구나
아침이슬과 한가지로 사라지니 지나간 날은 험난했구나
비분강개 하여도 마음의 수심은 사라지지 않으니
무엇으로 걱정을 달래리요 그저 술이 있을 뿐 (하략)

난세를 걱정하고 뜻을 같이하는 영웅호걸 인재를 그리워하는 걸작인데 여기서는 지면상 생략한다. 오늘 사진을 인용한 영화에는 이 대목이 나오지 않지만 조조가 단가행을 노래하는 대목이 들어간 영화도 중국에는 버전이 여러 개 있다.

삼국지처럼 사랑 받는 중국의 술과 차-1 삼국지처럼 사랑 받는 중국의 술과 차-2

삼국지 안에서 술이 나오는 많은 장면 가운데 한가지만 예를 들라면 아무래도 관우의 이야기를 뺄 수 없을 것 같다. 전횡을 일삼는 동탁의 세력이 너무 강해지자 조조를 비롯한 반동탁 세력은 연합군을 결성한다. 두 세력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동탁 쪽에는 여포의 밑에 있는 화웅이라는 장수가 용맹을 떨친다. 연합군 쪽의 장수들이 맥없이 무너지는 가운데 관우가 나선다. 연합군편의 장수 원술이 낮은 마궁수 주제에 나서는 걸 비웃으며 탓한다. 그러나 관우의 비범한 기개와 강한 의지를 알아본 조조가 나서서 이를 허락한다. 그리고 따뜻하게 데운 술 한잔을 권한다. 관우는 술을 받아서 마시지 않고 ‘이 술이 식기 전에 화웅의 목을 베어오겠다’고 말한 뒤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달려나간다. 그리고 자신의 말대로 순식간에 화웅의 목을 베어온다. 그가 돌아와서 조조에게 받은 술잔을 입에 댈 때가지 과연 술은 식지 않고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보면 관우에게 술을 줄 때 맑은 백주를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고증상 맞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관우가 마신 술은 황주가 맞을 것이다. 한국에서 한때 빼갈(白乾兒)이라고도 부르던 고량주(高粱酒)는 알코올 도수가 상당히 높은 증류주다. 이 술은 데워 마시지 않는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보아도 알콜을 증류하여 도수를 높이는 기술은 중동에서 들어왔는데 시기적으로 한참 뒤의 일이라고 한다. 황주는 증류주가 아니라 양조주이다. 그러니까 와인이나 청주와 같이 알코올 도수가 십 몇도 내외인 술이다. 유명한 것으로는 소흥주, 그 가운데에서도 소흥화조(사오씽화댜오)를 알아준다. 대개는 따끈하게 데워 마신다.

세계에 명성을 떨친 중국의 술

세계에 명성을 떨친 중국 술로는 아무래도 마오타이주(茅台酒)가 대표적이다. 70년대 초 닉슨이 ‘죽의 장막’을 넘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대접받았던 술로 유명해졌다. 물론 중국에서는 이미 국가행사에 쓰는 최고급 술로 알려져 있었지만. 마오타이주는 귀주가 산지라서 늘 '꾸이저우마오타이지우'라고 다섯 글자가 함께 따라 다닌다. 중국이 잘살게 되면서 이 술을 찾는 신흥부자들이 많아서 값은 천정부지로 솟았다. 세계에서 제일 큰 주류회사는 조니워커 위스키, 기네스 맥주, 스미노프 보드카를 위시해서 수십 가지 브랜드를 합병한 디아지오인데, 2년 전에 마오타이가 주가 총액으로 이를 넘어서서 세계 제 1위의 주류회사가 되었다. 당시의 주가 총액은 100조원이 넘었다. 이후 등락은 있었지만 세계 정상급의 회사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 병에 20만원이 넘는 고가가 되어버렸으니 중국에선 당연히 가짜가 범람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마오타이주의 70퍼센트 이상이 가짜라는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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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중국에서 개봉을 하여 흥행성적이 8억5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영화가 있다. <전랑 2>라는 작품인데 한국 돈으로 1조원이다. 천만관객 영화 열 편 이상을 모아도 안 되는 숫자를 단 한편으로 벌어들인 영화이니 중국시장의 크기를 짐작게 한다. 이 영화는 요즘 말로 전형적인 ‘국뽕’영화다. 중국 병사가 아프리카에 나가서 국제적인 테러집단을 물리치고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내용으로 위대한 중국이라는 자부심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마오타이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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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영화 초반에 아프리카 술꾼과 술 시합을 벌인다. 맥주로 판결이 안 나자 마오타이주로 승부를 거는데, 아프리카 술꾼은 단박에 나가 떨어진다. 아프리카쪽에서 승부를 내자고 꺼내놓은 술이 마오타이라는 것도 좀 이상하지만 영화니까 그러려니 넘어갔다. 국제무대에 내놓고 싶은 영화에 중국의 대표 브랜드를 넣는 거라고 봐주었다. 그런데 영화 도중에 전체 흐름에 이상할 정도로 마오타이를 병나발 부는 주인공의 모습이 회상 씬으로 오래 나온다. 그것도 브랜드가 화면 가득히 잡히도록 찍은 앵글로 나오니, 마오타이가 광고 한번 제대로 하는구나 싶었다.

마오타이 말고 또 유명한 브랜드가 우량예(五粮液)다. 우량예는 한자 그대로 다섯 가지 곡식을 섞어서 빚은 술로 유명하다. 고량에 쌀, 찹쌀, 밀, 옥수수를 더했다고 한다. 이 역시 가짜가 범람하니 비싼 돈 주고 살 것을 권하지는 않겠다. 이외에도, 펀주(汾酒), 지앤난춘, 루쩌우라오쟈오, 씨펑주, 구징공주, 동주(董酒), 양허따취(洋河大曲), 랑주 등을 더하여 중국의 10대 명주라고 하는데 평가하는 이에 따라 다소 변화는 있다. 나는 중국의 백주를 좋아하는 편인데, 굳이 비싼 것 안 사도 충분히 좋은 술들이 있으니 몇 가지 소개한다. 우선 베이징의 얼궈터우주다. 두 번 증류했다는 뜻인데, 우리말로 읽어서 이과두주라고도 한다. 워낙 저렴하여 가짜가 별로 없다는 장점이 있고 맛 또한 훌륭하다. 홍성과 우란산 두 가지 브랜드에서 고르면 실수가 없다. 그리고 또 하나는 대만의 금문고량주(金門高粱酒)다. 금문은 우리나라 백령도처럼 복건성을 코앞에 두고 중국과 대치하는 대만의 영토에 속하는 섬인데 술로 유명하다. 나는 수정방이니 마오타이니 우량예니 좋다는 술을 많이 마셔본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단연코 최고의 술로는 금문고량주를 꼽는다. 한국 음식점에선 8만원 이상 받는 것 같다. 그래도 중국의 유명브랜드 보다는 훨씬 싼 편이다. 대만에서는 한 병에 2, 3만원 밖에 안 하니까 여행가시면 꼭 한 병 사오실 것을 추천한다. 편의점에서도 판다.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온 중국의 차

중국영화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게 또 하나가 있으니, 바로 차(茶)다. 워낙 오랜 세월 중국인의 생활에 밀착하여 내려온 게 차라서 이에 얽힌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놀라운 것은 차라는 게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는 수확을 한 뒤에 가공을 하여 바뀌는 것이고 기본적으로 차나무는 딱 한 종류라는 사실이다. 세계의 모든 차는 오래지 않은 과거에 중국에서 퍼져 나갔다는 사실이다. 한국과 일본의 차도 물론이고 서방세계도 그렇다. 그래서 차는 러시아 인도의 차이, 라틴어권의 떼, 영어의 티 모두 ‘차’라는 중국어의 여러 발음이 전해진 것이다 (차가 많이 나는 남방 발음으로 茶를 떼라고 읽는다). 내가 어려서 본 중국영화는 외팔이 씨리즈의 검술영화에서 시작하였다. 흑나비, 아랑곡의 혈투 등 여검객이 나오는 영화도 있었고, 주먹으로 싸우는 로리에깡 따위가 나오는 쿵푸영화가 뒤를 이었고, 이소룡 성룡을 거쳐 서극감독의 천녀유혼 동방불패 황비홍의 스타일리쉬한 영화가 나왔다. 스타일리쉬하다 그러면 둘째가기 서러워 할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모든 영화 곳곳에는 차를 마시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그 차를 담는 다기도 인상에 남았는데, 이는 징더쩐(경덕진)이라는 곳의 자기 특유의 문양을 반복해서 보았기 때문인 것 같다. 차를 제대로 마시려면 자사호라는 도기에 우린다든가 하는 건 나중에 알았는데 차는 파면 팔수록 돈과 시간이 들기에 빠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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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감독이 헐리웃에서 아카데미상을 휩쓴 영화 <와호장룡> 초반에 이모백(주윤발)이 수련(양자경)을 찾아가자 반갑게 맞이하며 수련은 우선 차를 대접한다. 그리고 수련은 은퇴를 하겠다는 모백의 부탁을 받고 북경에 보검인 청명검을 전달하러 간다. 여기서도 수련은 도착하자 마자 차 대접을 받는다. 차 한잔의 여유와 풍습은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마음을 가라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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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차의 매력은 넓고도 깊어서 많은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영국이 좋은 예이다. 중국에서 건너간 차에 빠진 영국은 19세기 나라의 은이 차를 사느라 중국으로 빠져나가자 이를 되찾고자 아편을 판다. 그래서 터진 게 아편전쟁이다. 영국은 나중에 중국의 차를 식민지 곳곳에 심어보아 기후와 토양이 알맞는 곳에서 본격적인 재배를 한다. 그래서 인도 등지에 명산지가 생겨서 다질링, 실론 등의 이름을 가진 차가 생겨난 것이다. 발효를 하면서 향을 더해서 나온 얼그레이도 영국작품이다. 영국에서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최고로 쳐주는 차 가운데 하나가 ‘랍상수청’이다. 이게 중국 정산샤오쫑차의 다른 이름인 ‘랍산슈종(방언발음)’의 로마자 표기이다. 영국영화에는 차 마시는 장면이 참 많이 나온다. 어린이들도 보는 <메리포핀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도 차를 마시는 의식이 중요한 장면으로 나온다. 앤소니 홉킨스의 <남아있는 나날>이나 제인 오스틴의 원작을 영화화한 <센스 앤 센서빌리티>에서도 역시 차는 중요한 장면으로 나온다.

차는 크게 나누어 녹차, 청차, 홍차, 흑차가 있고 마이너하지만 황차, 백차도 있다. 녹차에서 제일 유명한 건 롱징춘과 삐루춘(碧螺春)이다. 청차에는 따홍파오, 철관음(鐵觀音), 우롱차(烏龍茶) 등이 속한다. 철관음과 우롱차를 번체자로 표기한 건 대만산이 뛰어나고 또 한국에 대만산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따홍파오는 복건성무이산(武夷山)에서 나는 명차인데 워낙 가짜가 많아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 물론 진짜는 대단히 맛이 좋지만. 홍차에는 앞서 소개한 정산샤오종과 함께 영국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는 키문홍차가 있다. 그리고 복건성무이산에서 나는 진쥔메이라는 명차가 있는데 역시 진짜를 구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리고 흑차로는 한국에서도 조용히 붐이 일었던 푸얼차(보이차)가 있다. 운남성이 주요 산지인데 특수한 발효법으로 진하게 우러나와 흑차로 분류된다. 푸얼차 역시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세계라고 하는데, 지금의 미친듯한 가격은 분명히 거품이다. 물론 비싼만큼 가짜도 엄청 많다. 홍콩의 딤섬식당에선 누구나 흔하게 마시는 게 푸얼차인데 이건 가격이 헐해서 인심도 좋다. 이밖에 화차(花茶)라고 해서 꽃의 향기를 더한 차가 있으니 쟈스민차(茉莉花茶), 국보(菊普)차 등이 이에 속한다.

워낙 다양한 술과 차의 세계라 짧은 지면에 다루다보니 주마간산에도 못미친 것 같아 아쉽다. 딱 하나 반복해서 얘기하고 싶은 건, 자신의 안목에 자신을 가진 전문가가 아니라면 비싼 것에 눈길을 주지 말자는 것이다. 가짜를 만나 돈낭비하기 십상이다. 적당한 돈을 주고 사 먹는 중국술과 중국차에 무난하고 맛있는 게 많다는 것이 그나마 위로가 된다.

영화제작자. SCS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 이주익

이주익

영화제작자

영화제작자. SCS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영화 <워리어스 웨이>, <만추>, <묵공> 을 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음식과 요리에 관심이 많아, 취미로 음식에 대한 연구를 했고 음식 전문 서적 수천 권을 보유중이다. 음식 관련 영화와 TV 드라마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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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08-21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