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문학 기행

끝까지 놓을 수 없는 이야기의 힘, 히가시노 게이고

다큐 문학 기행 : 끝까지 놓을 수 없는 이야기의 힘 히가시노 게이고 다큐 문학 기행 : 끝까지 놓을 수 없는 이야기의 힘 히가시노 게이고

사람이 풀기 힘든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중 어느 쪽이 어려울까 하는 거야. 단, 해답은 반드시 존재한다고 치고 말이야. 어때,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 <용의자 X의 헌신> 중 “어떡하지…. 죽이고 말았어!” 야스코의 입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녀는 머릿속이 텅 빈 느낌이었다. 협박을 일삼는 전남편을 살해한 야스코, 그런 그녀에게 옆집 남자 이시가미가 찾아온다. “만일 경찰에 신고할 생각이라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만, 혹시라도 그럴 생각이 없다면 제가 도울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요.”

사람이 풀기 힘든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중 어느 쪽이 어려울까 하는 거야. 단, 해답은 반드시 존재한다고 치고 말이야. 어때,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 <용의자 X의 헌신> 중 “어떡하지…. 죽이고 말았어!” 야스코의 입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녀는 머릿속이 텅 빈 느낌이었다. 협박을 일삼는 전남편을 살해한 야스코, 그런 그녀에게 옆집 남자 이시가미가 찾아온다. “만일 경찰에 신고할 생각이라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만, 혹시라도 그럴 생각이 없다면 제가 도울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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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건보다 인간을 주목한 추리소설

다큐 문학 기행 : 끝까지 놓을 수 없는 이야기의 힘 히가시노 게이고-1
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용의자 X의 헌신>은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든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 테츠야’와 그 알리바이를 파헤치는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의 대결을 그린 추리소설이다.

이 작품은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2005년 발표한 작품으로 2008년에는 일본, 2012년엔 우리나라, 2017년엔 중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졌고, 2018년 우리나라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질 만큼 오랜 시간 폭넓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1958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1년 오사카부립대학 공학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전장주식회사에 입사해 엔지니어가 된다. 그리고 회사에 다니며 틈틈이 쓰고 발표한 소설 <방과 후>라는 작품으로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 도쿄로 상경해 전업작가의 길을 가게 되었다. 그 후 지금까지 30년이 넘도록 40편 이상의 장편 소설과 10여 편의 단편을 비롯해 수권의 에세이집, 동화, 만화 스토리를 발표했다. 독보적인 다작 작가로도 손꼽히는 그는 독자들을 사로잡을 줄 아는 이야기꾼이었다.

“10명이면 10명 모두 납득하는 살인 동기가 아니라
‘뭐 이런 거로 사람을 죽여?’ 하는 추리소설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 히가시노 게이고


주인공과 함께 단서를 찾아 범인을 쫓는 추리소설의 공식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에 등장하지 않는다. 살인 현장이나 과정 대신 범행 동기, 심리적인 개연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독자는 소설을 읽고 난 후 범인을 알게 되고 가해자가 벌을 받게 돼서 마음이 후련하기보다는 그런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던 범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선입견은 적이야. 보이는 것도 안 보이게 만드니까 말이지.”
- <용의자 X의 헌신> 중에서


<용의자 X의 헌신>도 사랑하는 옆집 여인을 위해 살인을 은폐하려는 수학자와 살인범을 찾아내려는 물리학자의 두뇌싸움을 흥미롭게 담고 있지만, ‘추리소설로 위장한 사랑의 기록이다’라는 말로 수식될 정도로 범행 자체보다 살인의 동기와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선입견에서 비롯되는 맹점을 살짝 찔러주는 것뿐이죠”
- <용의자 X의 헌신> 중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인간적이다. 죄를 지은 자의 입장과 사회적 문제들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정통 추리소설의 공식을 벗어난 데다 사람을 죽인 자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서사는 한때,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결국 그 인간적인 접근이 세상의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았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톱니바퀴란 없으며 그 쓰임새를 결정하는 것은 톱니바퀴 자신이다.”
- <용의자 X의 헌신> 중에서


살인사건이 나오는 추리 소설에 담긴 인정이, 위로를 주었던 것이다. 그러한 휴머니즘을 담은 그의 소설은, 추리소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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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200만부, 2017년 국내 대학 도서관 대출 1위를 기록한 SF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나미야 잡화점은 좀도둑 삼인방이 몸을 피하려고 들어간 빈집이다. 그 때 잡화점 안으로 과거에서 온 편지가 들어오고, 젊은이들은 편지에 담긴 고민에 답장을 해 주며 하룻밤을 보낸다.
이 소설을 쓰면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일부러 미숙하고 결점 많은 젊은이들을 내세웠습니다.
타인의 고민 따위에는 무관심하고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일이라고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그들이 과거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 우선 나부터 무척 궁금했습니다.”
- 히가시노 게이고
그렇게 자신이 쓴 소설의 첫 번째 독자가 되어 써 내려간 이 소설은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을 통해 저마다의 삶을 비춰준다. 32년 전 초등학생의 고민에 진지하게 답해준 것을 계기로 익명의 고민들에 상담을 해주던 나미야 잡화점. 그 고민에 한 번도 허투루 답한 적 없던 원래 주인 나미야 씨는 자신의 답이 상담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걱정하며, 마지막 편지에 이런 말을 적는다.

아키코씨, 부디 행복하게 살아주십시오.
제가 지금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그것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잡화점에 잠시 머물게 된 젊은이들 역시 어느새 진지하게 사람들의 고민에 답하게 된다.

당신의 노래에 구원을 받는 사람이 있어요.
마지막까지 꼭 그걸 믿어주세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 합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살며, 그것을 이해하는 순간 사람은 성장하고 서로를 토닥이며 기대어 살 수 있게 된다는 인류애를 작품에 관철한 것이다.

책을 읽지 않던 소년, 스스로 첫 번째 독자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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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다양한 이야기로 독자를 사로잡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하지만 그는 어릴 때 책을 읽지 않는 아이였다.

“어렸을 때 국어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아서 담임선생님이 어머니를 불러 만화만 읽을 게 아니라 책도 읽을 수 있게 집에서 지도해 달라는 충고를 하셨죠. 그때 어머니가 한 말이 걸작이었습니다. "우리 애는 만화도 안 읽어요"

그래서 그는 작품을 쓸 때 어린 시절 책 읽기를 싫어했던 자신을 독자로 상정하고, 중간에 내던지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그 노력대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처음부터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흡인력,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해나가는 촘촘한 구성으로 매 작품마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만화책도 읽지 않던 소년. 공학도에서 엔지니어가 되고, 일하면서 소설가를 꿈꿨던 청년. 단 한 권의 책을 내고 무작정 도쿄로 상경한 세상물정 모르는 어수룩하던 젊은이는 이제 매일 소설을 쓴다. 오전 10시쯤 눈을 떠 운동을 하는 네 시에서 여섯 시 사이를 빼고는 오로지 글만 쓴다. 밤 9시까지는 일을 끝내고, 잠들기 전까지는 술을 마신다. 어렸을 적, 시계수리공이던 아버지가 일을 마치고 돌아와 ‘오늘은 여기까지 해냈군’하고 홀로 술을 마시던 모습이 행복해 보였던 것이다. 그 역시 아버지처럼 술과 함께 그날 쓴 원고를 돌아본다. 성공한 베스트셀러 작가 치곤 소박한 일상. 그런 사람이기에 인간애가 담긴 이야기를 계속해서 써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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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에 빠지지 않기 위해 늘 자문해야 합니다.
명함이 없는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 하가시노 게이고
자신의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그저 써 내려가는 히가시노 게이고.
수많은 작품 뒤로 묵묵하고 충실한 그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하다.

[참고도서]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 재인
<나미야 접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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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07-15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