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문학 기행

다른 시선과 방식으로 생각하라, 베르나르 베르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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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6km 떨어진 곳에 ‘벨로캉’이 자리 잡고 있다. 높이 1m, 지하 50층, 지상 50층. 그 일대에서는 가장 큰 도시다. 거주자 수는 천 8백만으로 추산된다. 지하도시 벨로캉에 한 줄기 빛이 비쳐들고, 동면에 들어갔던 개미들이 봄 햇살에 하나둘 깨어난다. 깨어난 개미들은 숲으로 먹이를 구하러 떠나고, 수개미 327호도 여기에 합류한다. 식량을 구해 벨로캉으로 돌아가는 길, 잠시 뒤처졌던 수개미 327호가 서둘러 동료들을 따라잡는다. 그런데 그의 모든 동료들이 죽은 채 누워 있다. 습격한 이들의 자취도, 동료들이 반항한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수개미 327호의 다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거기서 6km 떨어진 곳에 ‘벨로캉’이 자리 잡고 있다. 높이 1m, 지하 50층, 지상 50층. 그 일대에서는 가장 큰 도시다. 거주자 수는 천 8백만으로 추산된다. 지하도시 벨로캉에 한 줄기 빛이 비쳐들고, 동면에 들어갔던 개미들이 봄 햇살에 하나둘 깨어난다. 깨어난 개미들은 숲으로 먹이를 구하러 떠나고, 수개미 327호도 여기에 합류한다. 식량을 구해 벨로캉으로 돌아가는 길, 잠시 뒤처졌던 수개미 327호가 서둘러 동료들을 따라잡는다. 그런데 그의 모든 동료들이 죽은 채 누워 있다. 습격한 이들의 자취도, 동료들이 반항한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수개미 327호의 다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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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소설 <개미>의 탄생

다큐 문학 기행 : 다른 시선과 방식으로 생각하라, 베르나르 베르베르-1
매스컴의 격찬을 받은 데뷔작 개미
여왕개미 베롤 키우니키우니가 다스리는 개미들의 도시 벨로캉, 이를 창조해낸 것은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개미들의 생활을 통해 인간과 인간사회를 묘사한 소설 <개미>는 그의 데뷔작으로, 1991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매스컴의 격찬을 받았다. 한국에 소설 <개미>가 소개된 것은 1993년. 한국에서만 609쇄, 140만부가 판매됐으며 출간된 해에 종합 베스트 셀러 1위, 1994년에는 독자가 뽑은 올해의 책에도 선정됐다. 신선한 발상과 기상천외한 기지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소설 <개미>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난 베르베르는 어릴 때부터 동물과 식물을 좋아했다. 방안에 날아든 파리 한 마리에도 종일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베르베르는 할아버지가 텃밭을 가꾸는 모습을 구경하다 줄지어 가는 개미를 발견한다.

이후 베르베르는 방안에 개미집까지 들여놓고 개미의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그도 개미를 괴롭히던 짓궂은 소년이었지만, 개미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개미집을 부수지도 않게 되었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나 열 여덟 살이 된 소년은 개미에 대한 소설을 구상한다.

우리의 아주 작은 형제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한 권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개미> 작가의 말 중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학교를 나온 후 베르베르는 과학 저널 <르 누벨 옵세르 바퇴르>에서 기자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개미에 대한 연구와 자료 수집을 계속하며 관련 평론도 발표했다. 1983년, 아프리카 코트디브아로 가서 마냥 개미를 관찰할 기회를 얻게 된 그는 개미떼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사건을 겪게 되고, 어릴 때부터 구상해 온 <개미>를 본격적으로 집필하기 시작한다.

소설 <개미>를 완성하는 데는 꼬박 12년이 걸렸다. 출판사에 계속 의뢰했지만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고, 120번이 넘는 개작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1991년 세상에 내놓은 소설 <개미>는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과학과 미래’의 그랑프리와 ‘팔리시’ 상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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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베스트 셀러에 오른 소설들
이후 베르베르는 전업 작가의 길을 걸으며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과 같은 비소설과 <나무> <파피용> <신> <뇌>와 같이 과학과 문학을 결합한 형식의 소설들을 잇달아 발표한다. 그의 소설들은 매번 베스트 셀러에 올랐고, 서른다섯 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2천 3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베르베르는 일 년에 한 번만 출간할 계획을 밝힌 뒤, 매년 10월 3일에 책을 내기로 결심하고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베르베르의 고갈되지 않는 상상력과 아이디어, 그 창조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세상을 보는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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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개비 수수께끼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다
소설 <개미>에서는 작가의 분신이자 천재 과학자 에드몽 웰즈의 수수께끼가 등장한다.

“여섯 개의 성냥개비로 네 개의 정삼각형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소설에서 그의 조카는 성냥개비를 이리저리 움직이다 포기한다. 그러자 외삼촌의 친구가 힌트를 전한다.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야 돼요.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도저히 답을 찾아낼 수 없어요.” - <개미> 중에서
베르베르는 매일 블로뉴 숲과 파리 시내를 걷는다. 파리 한 마리에도 마음을 뺏겼던 어린 시절처럼 그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식물을 발견할 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굽힌다.

무릎을 구부리고 30센티미터 정도의 높이로 몸을 숙인 다음 땅바닥을 들여다봅시다.
흙먼지, 풀, 자그마한 동물들, 이끼, 꽃들이 보일 것입니다. - <개미> 작가의 말 중에서


소설 <고양이> 역시 몽마르뜨를 산책한 길고양이를 보다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집사인 나탈리에게 사랑받으며 안락한 삶을 꾸려온 암코양이 바스테트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그의 데뷔작 <개미>가 그랬듯 고양이의 시선으로 인간사회를 바라본다.

만약 여러분보다 덩치가 다섯 배는 크고 소통도 불가능한 존재가 여러분을 마음대로 다룬다면,
문손잡이가 닿지 않는 방에 여러분을 가두고 재료를 알 수도 없는 음식을 기분 내키는 대로 준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 <고양이> 작가의 말
소설 <제3인류>에서는 초소형 인간 에마슈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그의 소설에는 천사의 시선, 외계인의 시선도 등장한다. 인간의 관점을 떠나 ‘다른 시선으로 생각하기’. 그것이 베르베르의 창작의 원천인 셈이다. 소설 <개미>의 에드몽 웰즈가 냈던 성냥개비 수수께끼도 다른 시선으로 봐야 풀 수 있다. 평면이 아닌 3차원으로, 피라미드를 떠올리면 수수께끼의 답을 구할 수 있다. 이렇게 베르베르가 다른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봄으로써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류 미래의 희망을 찾다

다큐 문학 기행 : 다른 시선과 방식으로 생각하라, 베르나르 베르베르-4
모두가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고 제시하는 베르베르
베르베르는 한 설문조사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제치고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1위를 차지했다. 베르베르는 본국인 프랑스보다 한국과 러시아에 더 많은 팬을 거느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 이유에 대해 베르베르는 이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한국은 군사독재, 러시아는 공산주의 독재를 겪었잖아요.
그래서 그들은 미래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제 새로운 세대들은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의 작품 속에서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베르베르가 2012년에 발표한 소설 <제3인류>에서는 대량 소비, 종교, 기계 개발, 우주 정복, 수명 연장, 여성화, 소형화로 나뉜 일곱 개의 진영이 각자 인류 진화의 길을 제시한다. 그리고 여덟 번째로 등장하는 것이 가이아, 즉 지구와의 화해다.

베르베르는 그동안 작품에서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을 펼쳐왔다. 3억 년 전부터 지구상에 살고 있는 개미에 비한다면 인간은 언제 멸종할지 모를 신생종에 불과하다. 지구는 인간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인간은 지구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인류 미래에 희망은 없는가!

그 답은 소설 <고양이>에서 엿볼 수 있다. 테러가 일상화되고 내전이 시작된 파리. 페스트까지 창궐하고 쥐 떼가 점령한 이 도시를 도망친 고양이들은 블로뉴 숲에 모여 군대를 만들고 뺏긴 도시를 탈환하기로 한다. 그리고 센강의 시뉴섬으로 향한다. 하지만 쥐 떼의 접근을 차단하려면 섬으로 통하는 다리를 폭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도움이 절실하다. 결국 고양이와 인간은 손을 잡고 위기를 해결하기로 한다.

“우리와 함께 쥐들과 맞서 싸운 어린 인간들을 봐.
이전 세대가 저지른 잘못 때문에 피해를 당하고 대신 대가를 치르고 있어.
우리가 이 섬에 세울 학교는 인간과 다른 종들의 화합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의 초석을 놓게 될 거야.” - <고양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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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베르베르가 끊임없이 인간의 시선을 벗어나 인간을 바라보는 소설을 쓰는 것은 인간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리고 모두가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고 반성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기발한 상상력과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숨겨진 그의 메시지를 다양한 작품으로 되새겨 보자.

[참고도서]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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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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