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텔레비전에 방영되면서 많은 어린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한 만화영화가 있다.
제목은 <엄마 찾아 삼만리>. 이 만화영화는 이탈리아의 작가 ‘에드몬도 데 아미치스’의
단편 「아펜니노 산맥에서 안데스 산맥까지」를 토대로 만들어졌는데,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살던 소년 마르코가,
돈을 벌기 위해 아르헨티나로 떠난 엄마를 찾아 떠나는 고난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이 만화영화의 일본판 원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살짝 다른, <엄마 찾아 삼천리>다.
일본에서 ‘삼천 리’였던 것이 왜 한국으로 오면서 ‘삼만 리’로 바뀌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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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바로, ‘리(里)’라는 거리 단위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1902년 대한제국에서 공표한 ‘조선 도량형 규칙’에서는 1리를 420미터로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4.2킬로미터를 가기 전에 발병이 나게’ 되고, ‘대한민국은 1,260킬로미터의 빛나고 고운 강과 산으로 이루어진 나라’가 된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거리 단위를 ‘리’로 사용한다. 하지만 실제 그 길이는 한국과 매우 다르다. 1891년, 일본은 미터법에 의거하여 각 단위의 수치를 명확하게 정의했는데, 이 때, ‘1리’를 3.927킬로미터로 규정했다. 즉, 일본의 1리와 한국의 1리는 실제로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2017년 4월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는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다이아몬드가 탄생했다. ‘핑크 스타’라는 이름의 이 다이아몬드는 무려 800억이라는 엄청난 금액으로 낙찰되었다.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4C 즉, 투명도, 가공 방법, 컬러, 그리고 무게 라는 네 가지 요소에 의해 정해지는데, ‘핑크 스타’는 내부 결점이 없고 타원형 형태로 선명한 핑크빛을 띄고 있으며, 무려 60캐럿에 달하는 엄청난 사이즈였기에 ‘최상등급’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여기서 캐럿은 보석의 무게를 측정하는 단위로, 1캐럿은 0.2그램에 해당한다. 캐럿 이라는 명칭은 캐럽 나무의 씨앗과 관련이 있는데, 저울이 없던 시절, 무게가 일정한 캐럽 씨앗으로 작은 보석의 무게를 측정했던 데서 유래했다. 그런데 성능 좋은 저울이 있는 오늘날에도 왜 계속해서 캐럿 단위를 쓰는 걸까?
그 이유는 바로, 캐럿이 보석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다이아몬드는 무게는 1그램 미만인데, 1그램짜리 다이아몬드만 되어도 등급에 따라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거래된다. 1그램에 불과한 작은 보석이 고가에 거래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위를 그램에서 캐럿으로 바꾸면 그 느낌이 사뭇 달라진다.
이것은 4세기 초반, 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황제 때 만든 금화의 무게가 24실리케였던 것에서 유래했다.
다이아몬드의 캐럿과 같이, 금의 비율을 표기할 때만 이 캐럿Karat이라는 단위를 사용하면서 금의 특별한 가치를 더 해주고 있는 것이다.
몸무게를 의미하는 60이라는 숫자 뒤에 킬로그램(kg)이,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400이라는 숫자에 킬로미터(km)가,
오늘의 기온을 나타내는 10이라는 숫자에 섭씨(˚C)가 함께 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연의 한 부분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다. 다른 한 편으로는,
단위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소통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단위의 의미를 서로 다르게 사용하면 뜻밖의 오해가 생기고,
반대로 상황에 적합한 단위를 사용하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자연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싶다면
세상을 읽는 도구, ‘단위’를 주의깊게 들여다 보는 것은 어떨까?
단위로 구성된 세계를 알아갈수록, 우리는 우리가 속한 이 곳의
새롭고 다양한 측면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참고도서] <단위로 읽는 세상> 김일선,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