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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효과 빠른 종합 감기약이 있습니다. 당장에 두통, 기침, 콧물 같은 증상을 가라앉혀야만 하는 상황이 되면 급한대로 약국에서 구해다 먹게 되는 약이죠. 일은 많고, 병원 갈 시간은 없고, 어떻게든 버텨내야 할 때 우리는 이런 약을 찾곤 합니다. 그리고 새삼 평소에 무심하거나 챙기지 못한 건강을 생각합니다.
물론, 뜻하지 않은 사고로 몸을 다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동료를 볼 때나, 늘 당뇨로 고생하고 치아가 좋지 않아 병원비로 수백만 원 목돈을 쓰는 친구를 볼 때도 “아하 나도 이제 몸 생각할 때지” 하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몸이 아파 다른 사람이 내 일을 대신해야 하는 상황처럼, 내게 주어진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될 때 가장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아, 아프지 말아야지. 아프지 말아야겠다” 하고 말이죠.
몸이 아프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건강도 잘 챙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안과 심한 스트레스는 또 몸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죠. 그리고 관계의 건강 또한 늘 챙길 수 있어야 합니다. 조직 구성원으로 일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수많은 관계 속에 놓여지고, 그 가운데 성과를 만들어가야 하니 건강한 관계가 필수적인 것입니다.
관계 = 사이(間)
관계란 사이를 가리키는 말로 사람과 사람 사이는 대부분 말이라는 매개체로 이어지고 채워집니다. 말 때문에 사이가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는 것을 보면, 관계의 건강함이란 그 사이에 오가는 말의 건강함과도 같지 않을까 싶은데요. 생각해 보면 제일 건강에 안 좋았던 것도 ‘말’이었고, 제일 건강에 도움이 됐던 것도 역시 ‘말’이었습니다.
지금 감기 때문에 기침을 하거나,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은 동료나 후배 직원이 있다면 약이 되는 말 한마디, 따뜻한 배려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평소에 오가는 사람 사이의 말 한마디, 미소 한 조각이 어쩌면 다치고, 아프고, 시린 몸과 마음을 회복하게 하고, 심지어 감기 예방 효과까지 있는 ‘종합 감기약’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울 살 때 몸이 아파 동네 병원에 가면 늘 소화제 항생제
진통제를 처방해주었는데, 그것을 먹고도 잘 낫지 않을 땐
진통제 항생제 소화제로 처방을 바꾸어주어서 열심히
복용하다 보면 나을 때가 되어 신기하게 낫고는 하였는데
바다 건너 북쪽의 낯선 마을에 오느라고 동네 약국에서
상비약으로 사 온 효과 빠른 종합 감기약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는 약들이라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그 약을
몸 아플 때마다 조금씩 아껴 먹고는 하다가 어느덧 빈 통이다
잘 낫지 않아도 먹고 잠들면 오래도록 푹 잘 수 있었던 효과 빠른 약
마지막 남은 두 알을 다 먹고 나니 이번에는 효과가 없다
효과 빠른 종합 감기약 그것 참 종합적이었는데
- 심재휘 시인의 시 <효과 빠른 종합 감기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