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시

눈물 마른 날에 먹는 상추쌈 한 상

생활의 시 : 눈물 마른 날에 먹는 상추쌈 한 상 생활의 시 : 눈물 마른 날에 먹는 상추쌈 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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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시 : 쌈, 식탁이라는 관계 속에서 벗어난‘자기만의 방’

쌈, 식탁이라는 관계 속에서 벗어난
‘자기만의 방’

성미정 시인의 시 <상추쌈이나 한 상>. 무슨 일인지 시인은 가슴이 답답하고 열천불이 나는가 봅니다. 울다 울다 눈물도 마르고, 이럴 땐 다 잊고 한숨 자는 게 특효다, 그러니 상추에 된장을 척척 발라 한 상 푸지게 먹고는 한 잠 자고 일어나자 하고 있죠.

한 줌의 쌈은 식탁 전체와 분리된 독립된 세계로 밥을 넣고 고기를 올리고 된장, 고추장으로 간을 맞춰야 하나의 쌈이 완성됩니다. 식탁이라는 관계 속에서 잠시 벗어난 ‘자기만의 방’이라고나 할까요? 스트레스가 심한 날에는 외부와 독립된 자기만의 방에 들어가 잠시 쉬거나 한 숨 자는 게 좋은 것처럼 시인의 한 쌈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생활의 시 : 한 판 붙자고 덤비는 세상에서제대로 싸울 줄 아는 삶 생활의 시 : 한 판 붙자고 덤비는 세상에서제대로 싸울 줄 아는 삶

한 판 붙자고 덤비는 세상에서
제대로 싸울 줄 아는 삶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기후, 질병, 맹수의 공격 등 외부 환경의 도전에 부딪히며 대응해 온 기나긴 노력의 결과 오늘의 문명사회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이 말을 달리 표현하면, 한 판 붙자고 덤비는 것들과의 싸움을 이겨냈다는 겁니다.

회사 생활을 돌이켜봐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회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문제가 없는 조직, 이슈가 없는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라, 문제와 이슈가 생길 때마다 앞으로 나서서 그것을 잘 해결해내야 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하죠.

개인도 그렇습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어줍잖게 나서서 일을 키우거나, 후배를 앞세워 싸우게 하고 뒤로 빠지는 게 아니라 제대로 싸울 줄 알아야 합니다. 본인이 나서지 못할 상황이라면 후배에게 싸움의 기술을 알려줘서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죠. 도전과 응전, 그렇게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삶인 것입니다.
생활의 시 :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크기의 욕심을한 쌈에 싸지 말 것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크기의 욕심을
한 쌈에 싸지 말 것

1920년대에 출간된 조리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쌈 먹는 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핵심은 너무 크게 쌈을 만들어서 입을 한없이 벌리고 식식대며 먹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휴식, 문제 해결 과정에서 개인적인 욕심을 금한다는 뜻으로도 풀이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요.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크기의 욕심을 한 쌈에 싸서 입에 넣으려고 하면 남들 보기에 우스워진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겠지요. 상추쌈 한 상 드시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눈물 마른 날에는 상추쌈이나 한 상
먹어야겠다 시들부들 말라가다가도
물에 담그기만 하면 징그럽게
다시 살아나는 상추에 밥을 싸서
한 입 가득 먹으며 지금
눈에서 나오는 물은 상추 때문이라
말하며 목이 메게 상추쌈이나
먹어야겠다 세월이 약이란 새빨간
거짓말에도 아물지 않는 상처에
된장을 척 발라 꾸역꾸역 삼켜봐야겠다
주먹으로 가슴패기를 팍팍 쳐가며
섬겨봐야겠다 상추를 자를 때 나오는
하얗고 끈끈한 진액이 불면증엔
특효약이라니 상추쌈이나 한 상
가득 먹고 뿌리까지 시들게 하는
오래된 상처일랑은 그만 이겨버리고
뉘엿뉘엿 날이 저물 때까지
낮잠이나 자는 척 해야겠다

성미정의 시 <상추쌈이나 한 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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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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