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시

누군가에게 어깨를 내준 적 있었던가?

생활의 시 : 김기화의 시<길 어깨 />생활의 시 : 김기화의 시<길 어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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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시 : 타인에게 빌려주고,내어주는 우리의 어깨 생활의 시 : 타인에게 빌려주고,내어주는 우리의 어깨

타인에게 빌려주고,
내어주는 우리의 어깨

우리 인체 중에 어깨라는 부위는 물건도 아닌데 빌려주기도 하고, 빌리기도 합니다. 연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기도 하고, 지하철에서 생면부지 타인의 어깨를 허락도 없이 빌려 머리를 대고 졸기도 하죠. 타인을 위해 어깨를 조금 내어주기도 합니다.

비오는 날 우산 하나를 같이 쓰고 가는 연인을 보면, 특히 남자의 어깨가 많이 젖어 있습니다. 어깨는 남자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무거운 짐을 나를 때 어깨에 척 하고 걸치는 상남자의 모습이 떠오르죠.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거인 아틀라스 역시 지구를 어깨로 떠받치고 있습니다.

‘가장으로 어깨가 무겁다’는 말은 생계를 책임진 한 남자의 상황을 표현할 때 사용되어 왔습니다. 어렸을 때 장사를 하셨던 부모님은 저녁이 되면 어깨를 주물러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왜 그렇게 어깨가 아프셨는지 알겠더군요.

생활의 시 :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던 과학자, 뉴튼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던
과학자, 뉴튼

어깨는 땅과 평행하게 설계되어 있어 중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아 누르는 힘을 견뎌야 하는 부위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론 인체 중 유일하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딛고 설 수 있습니다.

‘거인의 어깨’라는 표현을 쓴 과학자 뉴튼은 “내가 남들보다 멀리 볼 수 있었던 이유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전에 위대한 과학자들이 쌓아놓은 업적이 있었기에 자신의 연구 성과도 가능했다는 뜻인데요. 이렇게 과거에 이루어진 경험으로부터 한 발씩 전진하는 일은 오늘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이고, 성과를 내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선배는 그 선배의 어깨를 딛고 올라섰고, 우리도 선배의 어깨에 올라서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생활의 시 : 함께 어깨를 걸고,서로의 어깨를 믿고 전진하는 힘 생활의 시 : 함께 어깨를 걸고,서로의 어깨를 믿고 전진하는 힘

함께 어깨를 걸고,
서로의 어깨를 믿고 전진하는 힘

럭비 경기에서 선수들이 어깨를 걸고 상대팀 무리와 어깨를 맞대는 장면을 볼 수 있죠. 스크럼(scrum)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양 팀이 어깨에 힘을 주어 밀어 붙이다 보면 어떤 선수는 어깨의 힘을 견디지 못해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합니다.

운동 경기도 그러하지만 회사 일도 어깨를 걸고 전진하는 힘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 단위의 결과가 모여 전체의 성과가 만들어지는 모습도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는 이는 담당자라고 불립니다. ‘부담(負擔)’이라는 단어는 ‘등에 지고 어깨에 메다‘라는 의미고, ‘담당(擔當)’이라는 말은 ‘맡아서 어깨에 메다’라는 뜻입니다. ‘분담(分擔)’은 ‘여럿이 나누어 어깨에 메다’라는 뜻이 되겠죠.

모든 구성원들은 회사의 방향에 맞춰 어깨를 모은 사람들입니다. 어깨가 모이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처럼, 각자의 몫을 어깨에 지고, 서로의 어깨를 믿고 이렇게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새삼 내 목 아래 어깨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많은 일을 하고 있고, 또 앞으로 많은 일을 해 나가야 할 나를 격려하며, 어깨를 한번 으쓱 해봅니다.

비상등을 켠 채 갓길에 들었다
내가 달릴 때는 몰랐는데
길 어깨에 차를 세워보니 알겠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깨를 내준 적 있었던가
(중략)
하늘을 올려다보니 새하얀 뭉게구름이
산중턱에 걸터앉아 직행의 어깨를 풀고 있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깨를 내준 적 있었던가

김기화의 시 <길 어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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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8-07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