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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쉬인사이드

한중일 만두 삼국지 in 영화 <올드보이>

디쉬인사이드 : 한중일 만두 삼국지 in 영화 <올드 보이 />
디쉬인사이드 : 한중일 만두 삼국지 in 영화 <올드 보이 />

‘누구냐 넌’이라는 명대사와 ‘장도리 액션’으로 유명한 영화 <올드 보이>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인데,
이는 동명의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삼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해 낸 걸작이다.
이유도 모르고 감금되어 15년 동안 군만두만 먹다가 풀려난 주인공이
중국집을 전전하며 군만두를 맛보아서 자신이 갇혀있던 곳을 찾아낸다는 설정은 영화적으로 참 재미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국의 현실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기도 한다.

단어로 알아보는 세 나라의 개성 만점 만두 문화

디쉬인사이드 : 한중일 만두 삼국지 in 영화 <올드 보이 /> 디쉬인사이드 : 한중일 만두 삼국지 in 영화 <올드 보이 /> 디쉬인사이드 : 한중일 만두 삼국지 in 영화 <올드 보이 />

중국에서 생겨나 한국, 일본으로 전파된 만두를 바탕으로, 지금 세 나라는 모두 개성이 다른 군만두 문화를 갖고 있다. 군만두는 말 그대로 만두를 구운 것이다. 그러니까 군만두 이전에 만두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우선 만두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야겠는데, 먼저 용어부터 정리를 해보자.

우리가 만두라고 부르는 것은 중국사람들이 쟈오즈(교자:餃子) 또는 빠오즈(包子)라고 부르는 것이고, 만두라고 하는 한자어는 만터우(饅頭)라고 하여 중국에서는 우리가 중국집에서 시키는 꽃빵(花捲)을 크고 딱딱하게 만들어 놓은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그냥 소가 들어있지 않은 밀가루 빵을 일컫는 단어로 쓰인다. 여기에 생파나 마늘을 중국된장에 찍어 함께 먹는 것이 가난했던 사람들의 식사이기도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대도시의 건설현장에 투입된 동베이(東北)지방 출신 일용노동자들의 식사는 그냥 만터우 한두 개에 마늘, 생파 정도였던 시절이 있었다. 정리하면 우리가 설날에 먹는 만두는 교자, 분식집에서 파는 동그란 고기만두나 찐빵 같은 것, 다시 말해 표면에 수분이 없어서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는 것은 빠오즈다.

일본에서는 교자를 ‘교자(ぎょうざ:餃子)’라고 하는데, 발음이 중국의 쟈오즈나 남방발음인 까우지 등이 아니라 한국어 발음인 교자인 것이 흥미롭다. 일본사람들은 야끼교자(燒き餃子)라고 하여 라멘집이나 중국음식점에서는 거의 다 파는 메뉴인데, 워낙 좋아해서 슈퍼나 편의점에서도 언제나 구입할 수가 있다. 소금물에 콩을 삶은 것, 즉 에다마메와 함께 맥주안주(쯔마미)로 단연 상위 랭킹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물만두는 ‘스이교자’라고 하여 말 그대로 물만두인데, 군만두에 비해서 훨씬 먹는 빈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교자 하면 보통 군만두를 일컫는다.

일본말로 만두는 ‘만쥬(まんじゅう:饅頭)’인데 팥앙금으로 속을 넣은 찐빵도 만쥬(あん饅), 우리가 고기만두라 부르는 동그란 것도 ‘니쿠만쥬(肉饅)’, 밤 같은 것을 넣은 일본과자도 ‘구리만쥬(栗饅頭)’ 등 이렇게 모두 만쥬로 불린다. 그러니까 뜨겁고 찬 것, 주식과 과자, 이런 구별 없이 밀가루 껍질 속에 속이 들어있는 동그란 모양의 음식을 모두 ‘만쥬’라고 통칭한다고 보면 된다.

국으로 끓여먹기 가장 좋은 방향으로 진화된 한국의 만두

중국에서도 ‘쑤이쟈오’라고 하여 물만두를 많이 먹고, 일본에서도 스이교자를 먹는데, 우리처럼 만두국은 발달되지도 않았고, 또 보편적이지도 않다. 물론 중국음식에 ‘쑤이쟈오 탕미앤’이라고 해서 국수에 물만두를 넣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인기가 높은 음식은 아니다. 게다가 중국의 교자나 일본의 교자를 국으로 끓여 먹으면 한국의 만둣국 같은 좋은 맛이 나지 않는다.

필자가 내린 결론은 한국의 만두가 국으로 끓여먹기 좋게 많은 진화를 했다는 것이다. 중국 교자는 우선 부추를 많이 쓴다. 일본도 그렇다. 이 부추가 향이 강한 식품이라 국에 넣는 식재료로는 썩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자기주장이 강해서 다른 식품과 조화를 이루기가 힘들다고나 할까. 다른 채소들도 식감이 사각사각한 것을 선호해서, 푹 끓인 국의 내용물과는 조화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 일본의 교자도 독립식품으로 발달을 해서 마늘을 많이 넣기도 한다. 일본사람들이 마늘을 좋아하는 걸 보면 참 금석지감을 느끼는데, 여기서는 넘어가기로 한다. 그리고 돼지고기가 또 그렇다. 중국과 일본 교자 한 개에 들어가는 돼지고기의 양이 많고, 조미법이 달라서 국에 넣고 끓이면 역한 맛이 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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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나라 교자는 두부의 물기를 빼고, 숙주나물을 삶아 물기를 빼서 다져 넣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김치를 씻어서 다져 넣는다. 물론 깔끔하게 만들 경우 배추를 삶아 다져 넣기도 하지만, 필자는 이 김치를 씻어 다져 넣은 교자가 정말 절묘한 맛으로 거듭났다고 자신 있게 얘기하곤 한다. 여기에 고기를 다져 넣으니 그 배합률에서 국에 넣어 끓여 먹기에 알맞은 교자가 되는 것이다. 고기 육수와도 잘 어울리고, 간장 베이스(우리 국간장)의 국물과도 잘 어울린다. 특히 잘못하면 어울리기 힘든 밀 음식과 쌀 음식의 조화를 부드럽게 중개해 내기도 한다. 떡과 만두가 들어간 떡만둣국이 그렇고, 만둣국을 먹다가 나중에 밥을 말아먹어도 잘 어울린다. 자기 개성이 강한 찹쌀떡과 달리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한 멥쌀떡, 많은 걸 갖추고도 고개를 숙이는 수수한 품성의 한국 만두가 구수한 국물 속에서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협주곡은 김치, 밥 한덩이가 가세하여 ‘쿼르텟 퀸텟’이 된다. 그리고 설날에는 상 위에 올라온 모든 명절음식과 함께 멋들어진 한국 고유의 교향악을 연주하는 것이다. 갑자기 한국 만둣국 예찬론으로 빠진 것 같은데 사실이다.

‘궈티에’로 불리는 중국의 군만두, 가장 대중적인 음식

이야기가 살짝 한국의 만두국으로 빠졌는데 만두에 대한 호칭으로 다시 돌아간다. 요즘 중국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 그러니까 속이 없는 건 만터우, 속이 있는 것은 쟈오즈(교자), 빠오즈라고 구분하는 건 역사적으로 그다지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 삼국지 제갈량이 등장하는 이야기에도 ‘만두’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수호전 같은 고전에도 인육만두 같은 것이 나온다. 옛날에는 중국에서도 지금의 한국어처럼 다 만두로 불렀던 것 같다. 상하이 명물로 성지앤빠오(生煎包)라는 게 있는데, 소룡포처럼 육즙이 들어있는 만두를 빚어 밑바닥을 구운 것이다. 파삭파삭한 밑바닥과 부드러운 위쪽 껍질, 그리고 깨물면 고소한 육즙이 흐르는 속이 조화를 이루는 서민적인 미식이다. 그런데 이게 표준어인 만다린으로는 성지앤빠오즈라고 하지만 정작 상하이 사람들은 성지앤만터우(상해말로는 상지뫼타우)라고 부른다. 아마도 만두에서 교자, 빠오즈라는 단어로 세분화되는데, 상해어나 한국어에는 그 원전이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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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야기는 군만두로 돌아간다. 아래 사진은 구글에서 중국말로 군만두에 해당하는 ‘궈티에(鍋貼)’로 찾은 이미지다. 중국에서 군만두를 이르는 말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 단어가 제일 대표적이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냄비에 눌어붙었다는 뜻이다. 중국의 일반가정에서는 교자, 그러니까 우리말로 만두를 많이 빚어 먹는다. 특히 북방에서는 정말 많이 만들어 먹는다. 잔뜩 빚어놓은 뒤에 물만두로 삶아먹다가 남은 건 종종 다음날 군만두를 해먹는다. 차갑게 식은 만두를 후라이 팬에 기름 좀 붓고 지지다가 물을 살짝 부은 뒤 뚜껑을 덮어서 다시 익히면 된다. 이걸 식당에서는 빚은 만두를 삶아 익히지 않고 처음부터 위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 낸다. 집에서 삶아먹다 남은 걸 구워 낸 이미지가 첫 번째 사진과 비슷하고, 식당에서 내는 궈티에와 비슷한 게 아래처럼 길쭉한 모습이다. 물론 길쭉하지 않고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도 많이 있다. 미국에서는 만두를 ‘덤플링’이라고도 하는데, 군만두의 경우는 덤플링이라고도 하고 또 중국사람들이 궈티에를 그대로 직역하여 소개한 ‘팟스티커(pot sticker)’라고도 한다. 냄비에 눌어붙었다는 뜻의 직역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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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보이>의 주인공 오대수가 자신의 감금장소를 찾을 수 없는 이유

아래는 일본말로 ‘교자(ぎょうざ)’를 구글에 검색해서 나온 이미지다. 엄밀하게는 구웠다고 해서 ‘야끼교자’라고 해야 맞는데, 워낙 구워먹는 게 대부분이라서 ‘스이교자(水餃子)’ 그러니까 물만두라고 특정하지 않고 그냥 교자라고 하면 군만두를 말한다. 일본사람들은 중국에서 이 교자 문화를 받아들여 자기네 방식대로 발전시켜서 전국 도처에 맛있는 전문점이 많이 있다. 하마마츠, 우츠노미야 등 교자가 명물로 유명한 도시도 있을 정도다. 라멘집에 가면 교자 한 접시를 시켜 맥주 한잔을 마시고 라멘을 먹는 게 일본 샐러리맨들의 정해진 주문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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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사진은 역시 구글에서 가져온 이미지로, 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 교자를 익히다가 물을 부어 익히는 모습인데, 뚜껑을 덮어서 익히기 직전의 순간이다. 이 군만두를 맛있게 만들려면 팬으로 한쪽 면을 구워내는 기술과 다른 쪽을 증기로 알맞게 쪄내는 기술의 적합한 배합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바삭바삭한 식감의 한쪽 면과 부드럽고 쫄깃한 다른 면이 함께 만두 속을 싸고 있는 것이니 세가지 맛을 즐기려면 그만큼 조리에 성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게 어려운 기술도 아니고 최소한의 성의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도 있는 건데, 소비자의 탓도 있는 것인지 우리나라에서는 발전을 이루지 못한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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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군만두는 언제부터인가 구운 만두가 아니라 튀긴 만두가 대세가 되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집에서는 탕수육을 시키면 물론이요, 짜장면, 짬뽕 같은 메뉴를 2인분만 시켜도 ‘서비스’로 따라 나오는 메뉴가 되어버렸다. 당연히 공짜로 나오는 단무지 정도의 수준으로 전락해버린 군만두에 성의가 들어갈 리가 없다. 원가도 절감해야 하니 직접 빚을 엄두도 못 내고 공장에서 생산되는 싸구려를 납품 받아 튀겨내는 집이 거의 대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 글 첫머리에 영화 <올드 보이>에서 15년 동안 군만두만 먹었던 주인공이 그 맛을 찾아 자신이 감금된 장소를 찾아낸다는 설정이 영화적으로는 재미있지만 현실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에 15년 동안 꾸준히 변하지 않는 맛으로 일관되게 군만두를 만들어내는 식당이 과연 존재할까 하는 문제다. 군만두가 아니라 다른 메뉴라 하더라도 그러하다. 한국의 요식업계는 너무 쉽게 개업하고, 또 그렇기에 폐업도 쉽게 하는 걸로 유명하다. 엄청난 비율의 식당이 개업 1년을 못 넘기고 만다는 씁쓸한 통계도 있다. 그러다 보니 요리사들의 이합집산도 심하여 꾸준하게 일관된 맛을 유지하는 메뉴를 가진 식당은 정말로 손에 꼽을 정도다. 하물며 다른 곳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싸구려 군만두를 납품 받아 다시 가열해서 내는 풍토가 만연한 한국의 중국요식업계의 현황을 고려하면 <올드 보이>의 주인공 오대수는 자신의 감금장소를 결코 찾아내지 못해야 옳다.

맺으며

한국에서도 ‘서비스’로 주지 않고 제대로 돈을 받는 메뉴로 정하여 나름 먹을 만한 군만두를 내는 중국집도 간혹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집의 군만두도 구워내는 게 아니라 기름에 튀겨내는 게 대부분이라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군만두는 기름으로 튀겨내는 튀김만두로 정착을 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래서 더 맛있다고 한다면 그것도 진화이자 긍정적 변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이것이 일손을 덜기 위한, 그리고 떨어지는 맛을 감추기 위한 술수에서 나온 퇴행의 결과라고 본다.

그래서 입천장만 벗겨지고 맛도 없는 ‘서비스용 군만두’를 한국 땅에서 추방하고, 한국인의 식탁에서도 정말로 맛있는 군만두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려면 소비자의 행동도 중요하다. 손님이 요구하고 찾으면 식당은 그러지 말라고 해도 따라가는 법이다. 자꾸 옛날 타령을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좀 그렇지만 정말로 옛날엔 우리나라 군만두도 맛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중국의 맛있는 궈티에 그리고 일본의 맛있는 야끼교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한국의 맛있는 군만두가 하루 빨리 부활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영화
<올드 보이>
2003년 작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영화 <올드 보이>는 일본 만화 원작을 기반으로, 영문도 모른 채 15년이나 갇혀 지내다가 풀려난 남자 오대수가 자신이 감금된 이유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2004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둔 작품이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와 더불어 이른바 ‘복수 삼부작’으로 불리며, 범죄스릴러, 액션, 멜로드라마의 혼성 장르 위에 욕망과 죄의식에 관한 신화적 상상력을 재료로 빚어낸 매력적인 작품이다. 배우 최민식, 유지태 등의 연기와 미장센이 일품이며, 이 영화로 박찬욱 감독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감독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 이후 자신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데에 더욱 힘을 얻게 된다.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 영화전문지 등에서 ‘역대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으로 손꼽히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제작자. SCS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 이주익

이주익

영화제작자

영화제작자. SCS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영화 <워리어스 웨이>, <만추>, <묵공> 을 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음식과 요리에 관심이 많아, 취미로 음식에 대한 연구를 했고 음식 전문 서적 수천 권을 보유중이다. 음식 관련 영화와 TV 드라마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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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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