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문학 기행

여성인 내게 조국은 없다, 버지니아 울프

다큐 문학 기행 : 여성인 내게 조국은 없다 버지니아 울프 다큐 문학 기행 : 여성인 내게 조국은 없다 버지니아 울프

1941년 3월의 봄날. 한 여자가 영국 남부의 서식스주 우즈강 주변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천천히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녀는 강물 속으로 들어가기 전, 거실 테이블에 남편에게 쓴 편지를 올려두었다. 파란색 봉투에 담긴 편지의 맨 끝에는 ‘V’라고 적었다. 아델린 버지니아 울프의 이니셜이었다.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그녀는 작품 못지않게 그 생애 때문에 더욱 유명한 인물이지만, 단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소설가로 국한해버리는 것은 협소한 평가다. 작가인 동시에 페미니즘, 평화주의, 사회주의 이론가로서 끊임없이 의문을 던졌던 그 삶을 들여다보자.

1941년 3월의 봄날. 한 여자가 영국 남부의 서식스주 우즈강 주변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천천히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녀는 강물 속으로 들어가기 전, 거실 테이블에 남편에게 쓴 편지를 올려두었다. 파란색 봉투에 담긴 편지의 맨 끝에는 ‘V’라고 적었다. 아델린 버지니아 울프의 이니셜이었다.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그녀는 작품 못지않게 그 생애 때문에 더욱 유명한 인물이지만, 단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소설가로 국한해버리는 것은 협소한 평가다. 작가인 동시에 페미니즘, 평화주의, 사회주의 이론가로서 끊임없이 의문을 던졌던 그 삶을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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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여성에게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이유

다큐 문학 기행 : 남성과 여성의 삶이 확연히 달랐던 시대
남성과 여성의 삶이 확연히 달랐던 시대
“쓰고, 읽고, 생각하고, 탐구하는 것은 우리의 아름다움을 흐리게 한다고. 반면 지루하고 굴욕적인 집안 살림이 우리의 최고 기술이자 쓰임새라고 누군가는 주장하지.”

- <자기만의 방> 중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1929년에 쓴 에세이 <자기만의 방>. 이 작품은 두 종류의 식사 체험에 대한 서술로 시작한다. 19세기 말에 세워진 여자대학의 정찬이, 중세에 설립된 남자대학의 오찬에 비해 너무나 보잘것없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남자와 여자의 삶으로 이어지며, 남성이 돈과 전통, 체면과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여성은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결론짓는다.
그리고 만약 여성들이 역사에서 보잘것없는 역할만 수행했다면 그것은 다음의 두 가지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바로 돈, 고정적인 소득과 그들만을 위한 방 한 칸이라는 공간이었다.

“일년의 500파운드의 돈과 문에 자물쇠를 채울 수 있는 방이 필요하다.”
- <자기만의 방> 중에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슬픔

다큐 문학 기행 : 어린 시절, 마음의 병을 얻게 된 버지니아 울프
어린 시절, 마음의 병을 얻게 된 버지니아 울프
남편과 결혼하기 전 그녀의 이름은 아델린 버지니아 스티븐(Adeline Virginia Stephen)이었다. 문학평론가이자 철학자인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은 첫 번째 부인과 사별 후 런던 사교계에서 유명한 미인이었던 줄리아와 재혼해 그녀를 낳았다. 버지니아는 여자라는 이유로 정규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영국 인명사전을 만들기도 했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최고 지성들과 가까이 지내며 책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던 그녀에게 큰 시련이 닥쳐왔다. 열세 살 때 어머니 줄리아가 세상을 떠나고 뒤이은 언니의 죽음과 의붓 오빠들의 성희롱으로 커다란 내상을 입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때 발병한 마음의 병은 생애 내내 버지니아를 괴롭히게 된다.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후 다른 형제들과 함께 런던의 블룸즈버리로 이사한 버지니아는 오빠인 토비가 목요일마다 집으로 데려온 캐임브리지대학 동문과 함께 ‘블룸즈버리 그룹’이라는 젊은 지식인들의 모임에 참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독학으로 쌓은 지식과 뛰어난 지성으로 남자들과 당당히 토론하고 동인들의 도움으로 여러 매체에 글도 발표한다. 1912년 모임에서 만난 레너드 울프와의 결혼 이후 버지니아 울프의 창작 활동은 더 활발해진다.

여성의 삶과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낸 문제작들

다큐 문학 기행 :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인 <낮과 밤 />, <등대로>, <출항>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인<낮과 밤>,<등대로>,<출항>
1915년 <출항>을 시작으로 <밤과 낮>,<등대로>를 연이어 발표하면서 인간 마음의 문제, 여성의 삶과 내면의 아픔에 집중했다. 그리고 특히, 어린 시절 겪은 여성차별과 세상의 문제를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지적했다. 그 중 소설 <댈러웨이 부인>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댈러웨이 부인은 파티의 꽃은 자기가 직접 사겠다고 말했다.”
- 소설 <댈러웨이 부인> 중에서
소설은 1923년 6월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명망 있는 정치인의 아내인 댈러웨이 부인이 파티를 위해 꽃을 사고, 파티가 끝나기까지 단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 이렇게 버지니아는 작품을 통해 어려서는 아버지의 그늘 아래 자라고, 성인이 되어 결혼 후에는 남편과 가정 안에만 머무는 ‘한평생을 남성의 전유물’로 살아가는 여성의 삶과 내면, 그리고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한편, 1980년 이후 역사에서 잊혀진 여성들을 재발견하는 일도 시작했는데, 런던 대영박물관 도서관에도 여성연구에 관한 서적이 몇 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크게 분노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작품을 통해 신랄한 지적과 비판을 이어간다.

여성의 삶을 향한 버지니아 울프의 질문은 계속된다

다큐 문학 기행 : 1941년, 우즈강에서 생을 마감한 버지니아 울프
1941년, 우즈강에서 생을 마감한 버지니아 울프
“대부분의 우리 역사를 통해 ‘조국’은 나를 노예처럼 다루었다. 조국은 내가 교육을 받거나 재산을 소유하지 못하게 해왔다. 사실 여성인 내게는 조국이란 없다.”
- <3기니> 중에서

1938년에 발표한 작품 <3기니>에서는 전쟁을 막기 위한 활동에 기부금을 내달라는 남성 변호사에게 여성을 교육하고 지위를 올림으로써 전쟁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되묻는다. 지식층 남성들이 독점하고 있는 최고 통치권력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 일은 뭐가 있느냐고 말이다. 뿐만 아니라 책에는 당대 사회를 지배했던 계층을 대변하는 군인과 법관, 성직자들의 사진을 싣는다.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 대한 시각적 비판을 시도한 것이다. 그녀는 여성이 대학공부를 하거나 선거권을 가지거나 돈을 버는 일 등 모든 것이 도전이었던 시대를 살면서 학업과 저술, 정치적 주장에도 조금의 주저함 없이 나아갔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그녀의 신경은 더욱 예민해졌고, 결국 1941년 3월 28일 남편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난다.

“그 누구도 당신보다 더 잘해 줄 수는 없었을 거에요. 하지만 나는 이걸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아요. 나는 당신의 삶을 소모시키고 있어요. 이 광기가 말이죠”
다큐 문학 기행 : 여성인 내게 조국은 없다 버지니아 울프

버지니아는 끝내 우즈강에 투신함으로써 고단한 삶을 내려놓는다. 고통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또 남편과 가족을 위해 명예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소설 <파도>의 마지막 구절이 그녀의 묘비명에 새겨졌다.

“너에게 대항해 굽히지 않고 단호히 나 자신을 내던지리라 죽음이여!”
- 버지니아 울프의 묘비명

그날, 그녀의 시계는 11시 45분을 가리키며 멈췄지만 버지니아 울프가 가졌던 의문은 오늘날도 이어지고 있다. 왜 여성들은 역사에서 잊혀졌을까? 왜 여자와 남성의 임금은 동일하지 않을까? 왜 여성들은 육아와 집안일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원하는 답을 찾을 때까지 질문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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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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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