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문학 기행

당당하고 독립적인 여성작가의 탄생, 샬럿 브론테

다큐 문학 기행 : 당당하고 독립적인 여성 작가의 탄생 샬럿 브론테 다큐 문학 기행 : 당당하고 독립적인 여성 작가의 탄생 샬럿 브론테

“제가 가난하고 신분이 낮고, 얼굴이 못생긴 보잘것없는 여자라고 해서 영혼도 감정도 없다고 생각하세요?
잘못 생각하셨어요! 저는 당신과 똑같은 영혼을 가지고 있어요”

– 소설 <제인 에어> 중에서

1847년 영국. 커러 벨이라는 작가가 쓴 <제인 에어>가 출간됐다.
책은 서점에 깔리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독자들은 물론 출판사 사람들조차 작가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얼마 후, 남자인 줄 알았던 작가 커러 벨이 시골 마을 목사의 셋째 딸인 ‘샬럿 브론테’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빅토리아 시대 영국 사회는 발칵 뒤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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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소설 <제인 에어>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샬럿 브론테의 삶

다큐 문학 기행 : 남성 중심주의가 팽배했던 시대에 살았던 샬럿 브론테
남성 중심주의가 팽배했던 시대에 살았던 샬럿 브론테
남성 중심주의가 팽배했던 그 시대에 여성이 자기 이름으로, 그것도 연애소설을 출간했다는 건 일대 사건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소설이라고 해도 내세울 것 없는 가정교사 제인 에어가 짝사랑하는 집주인 로체스터에게 이런 당돌한 말을 늘어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제인 에어에 나타난 배경과 등장인물은 작가 샬럿 브론테의 삶에도 존재했다. 소설 속에 그려진 비참한 학교생활은 그녀가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잃고 두 언니와 함께 들어간 기숙학교의 모습이었고, 소설 속 남자 주인공 ‘로체스터’ 역시 그녀가 26세에 들어간 브뤼셀의 기숙학교의 교장 ‘에제’의 모습을 그린 것이었다.
고향인 하워스에 학교를 짓고 싶던 꿈이 있었던 샬롯은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배우기 위해 동생 에밀리와 함께 에제 기숙학교에 들어가는데, 그곳에서 만난 교장 ‘에제’를 짝사랑하지만 그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어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던 것이다. 그 시절 아픈 사랑의 경험은 샬럿의 정서에 큰 영향을 미쳤다.

1847년, 세 자매 모두 작가가 되는 운명을 맞이하다

다큐 문학 기행 : 벨 형제의 이름으로 집필한 시집 <커러, 앨리스, 액턴 벨의 시 />
벨 형제의 이름으로 집필한 시집 <커러, 앨리스, 액턴 벨의 시>
고향 하워스로 돌아온 그녀는 학교 설립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워낙 외진 곳이라 학생을 모으는 일부터 쉽지 않아 이를 포기하고 두 여동생과 함께 시와 소설을 쓰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고요한 하워스의 풍경은 동생 에밀리 브론테가 쓴 <폭풍의 언덕>의 첫 장면에서 생경하게 드러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소인가! 잉글랜드 전역을 뒤져 봐도 세상의 시끌벅적함으로부터 이보다 더 동떨어진 곳을 찾아낼 수 있을까.”

- 소설 <폭풍의 언덕> 중에서
그렇게 세월을 보내던 세 자매는 그동안 썼던 시를 모아 자비로 시집을 출간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브론테 자매가 아닌 벨 형제의 이름으로 1846년 <커러, 앨리스, 액턴 벨의 시>를 세상에 내놓는데,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판매량은 저조했고, 사람들은 작품보다는 벨 형제의 정체에 더 관심을 가졌다. 이에 굴하지 않고 그녀들은 뒤이어 소설을 써서 출판사에 보냈다. 여러 번 거절을 당했지만, 그녀들은 꿋꿋이 작품을 집필하는데 몰두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847년 세 자매에게 운명적인 일이 일어났다. 샬럿의 <제인 에어>,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 앤의 <아그네스 그레이>가 모두 출간되었던 것이다. 특히,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나오자마자 커다란 호응을 얻으며 그녀에게 작가로서의 성공을 가져다주었고, 원고를 읽기 시작한 편집자가 도저히 멈출 수가 없어 그날 약속을 취소하고 샌드위치로 식사를 대신할 정도였다는 유명한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이후 샬럿은 <셜리>와 <빌레트> 같은 작품을 출간할 때마다 호평을 받았고, 그녀의 작품은 매번 화재를 불러일으켰다.

제인 에어와 꼭 닮은 삶을 살았던 작가, 샬럿 브론테

다큐 문학 기행 : 짧은 생을 살았던 샬럿 브론테의 모습
짧은 생을 살았던 샬럿 브론테의 모습
여성으로서 작가를 꿈꾸기 힘든 시대에 샬럿을 비롯한 브론테 세 자매가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한계를 두지 않는 생각 덕분이었다.

샬럿은 언제나 여자라고 무조건 온화해서는 안 되며, 여자들도 남자와 동등하게 능력을 기르고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문제로 아버지와 자주 언쟁을 펼치기도 하고, 예쁘지 않다거나 혼기를 넘겼다고 해서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말에 결코 굴하지 않았다.

또한, 제인 에어처럼 끊임없이 공부했고, 책을 읽었고, 세상을 관찰했고, 글을 썼다.
당시 여자들처럼 결혼을 도피처나 의지처로 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제인 에어가 로체스터와의 동등한 사람으로서의 결합이 가능한지 고심했던 것처럼, 샬럿은 아버지의 목사보였던 아서 벨 니콜스의 청혼에 깊이 생각한 후 받아들였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니콜스와 행복한 결혼생활은 일 년도 채 이어지지 못했다. 임신을 하고 얼마 안 가 여러 가지 병이 겹쳐 결국 서른 아홉이라는 나이에 눈을 감고 말았던 것이다. 동생인 에밀리와 앤은 이미 몇 년 전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난 뒤였다.
당당하고 독립적인 여성 작가의 탄생 : 샬럿 브론테

소설 <제인 에어>의 전반부에는 외삼촌 저택의 어두컴컴한 방에 갇힌 장면이 나온다.
그 어둠 속에서 제인 에어는 끊임없이 외쳤다.
“억울해! 정말 억울해!”
그 외침은 하워스 황무지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던 샬럿과 자매들의 가슴속에서 터져나온 말이 아니었을까?
근대 여성 문학이라는 새로운 문을 열어젖히고, 오래도록 읽히는 고전 중의 고전을 만들어낸 힘을 우리는 그녀의 삶과 작품을 통해 되새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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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4-09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