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싱그러움으로 마음이 술렁일 때 산책만큼 좋은 처방은 없다.
어디를 걸어볼까? 산책할 장소가 봄을 닮은 곳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혜화동으로 가보자.
혜화동에는 아련한 추억이 있고 싱그러운 젊음이 있고 보석 같은 문화유산이 있다.
옛 대한의원 본관 건물인 서울대학교병원 의학박물관도 그 중 하나다.
100년이 넘는 세월을 품고 있는 이곳에서 우리는 찬란한 봄, 그리고 느림의 미학과 마주하게 된다.
혜화동으로 떠나는 특별한 건축문화 탐방
마로니에 공원, 북적대는 대학로, 낙산에서 바라보는 전망, 벽화 가득한 이화동 골목, 옹기종기 모인 소극장 등 혜화동은 언제나 활기와 생동감이 넘치는 곳이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혜화동은 이 봄과 가장 잘 어울리는 동네일지도 모른다.
혜화동은 조선시대 한양 도성 4소문 중 동소문인 혜화문이 있던 데서 유래된 지명이다. 이후 대학로로 불리게 된 이유는 1970년대 중반까지 서울대학교 본부와 문리과대학 등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등 문화예술 관련 기관과 단체가 모여 있어 다양한 문화공연과 전시를 가까이서 즐기고 경험하기에 최적인 곳이다. 혜화동에는 문화예술 공간뿐만 아니라 곳곳에 세월을 간직한 우리의 문화유산들이 아직까지 많이 남아있다. 혜화동을 걷는 게 즐거운 이유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뜻밖의 사람을 만났을 때 더욱 반갑듯이, ‘뜻밖의’라는 단어와 무척 잘 어울리는 곳이 바로 이곳 혜화동이다.
4호선 혜화역 3번 출구로 나와 이화사거리 방향으로 조금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서울대학교병원. 병원 정문에서 안쪽으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서울대학교병원 의학박물관이 있다. 대학로 쪽으로 들어가 병원 본관 쪽만 다녔다면 의외로 쉽게 발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곳은 대학로보다 오히려 창경궁과 근접하고 있어 창경궁 쪽 정문을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하다.
대한제국의 근대병원, 박물관으로 재탄생하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박물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병원 건물인 대한의원 본관(사적 제248호)에 위치하고 있다. 대한의원은 1907년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칙명으로 설립된 종합병원으로, 현 서울대학교병원의 전신이라 할 수 있겠다. 대한의원은 개화기 의료 근대화를 위한 국가적 노력의 결실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의 맥을 잇고 있다.
1992년 서울대학교병원이 소장하고 있던 각종 의학 관련 유물과 문서들을 보존, 연구하고 전시할 목적으로 설립된 서울대학교병원 의학박물관은 현재까지 그것을 토대로 한 다양한 연구활동과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 소장품은 대한의원 개원 칙서 등 대한의원 관련 유물을 비롯하여 서울대학교병원의 발자취와 한국 근현대 의료의 역사를 보여주는 각종 자료 및 기증품 등이다. 이와 함께 특별전을 통해 병원과 의사 이야기를 관람객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주 소 |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101 서울대학교병원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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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장 료 | 무료 |
문 의 | 02-2072-2636 |
이용시간 | 09:00~18:00 (월~금) / 10:00~12:00 (토) - 월요일, 공휴일, 근로자의 날(5/1), 개원기념일(10/15), 노조설립일(11/30)은 휴관 |
100년이 넘는 세월을 온몸으로 느끼며 걷는 즐거움
흔히 ‘시계탑 건물’로 불리는 서울대학교병원 의학박물관 앞에 서면 그 외관의 위용에 반해 일단 감탄부터 쏟아진다. 1906년 9월 착공해 1908년 5월에 완공됐다고 하니 족히 100년이 넘는 세월을 머금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박물관 건물은 당시 조선은행 본관(현재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서울 을지로 2가 구 외환은행 자리)과 함께 서울의 3대 명물로 꼽혔다.
중앙의 시계탑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의 2층 구조로, 출입구와 창 부분은 르네상스 풍의 디자인 모티브를 취하고 있다. 시계탑 상층부는 곡선미학의 바로크 풍이 섞여 있어 절충주의 양식으로 분류된다. 시계탑은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시계탑으로, 기계식으로 유일했던 것을 1981년에 수리를 거치면서 전자식으로 바꿨다고 한다.
내부로 들어가기 전 먼저 건물 외곽을 따라 난 길을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건물 앞에는 지석영 선생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동상을 시작으로 건물 한 바퀴를 천천히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0분 내외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만큼은 왠지 ‘느림’의 미학을 즐기고 있는 듯한 기분에 빠져 든다. 발걸음이 자신도 모르게 점점 더 느려지고, 숨도 한번 크게 고르게 된다. 조용히 걷다 보면 인간을 위한 동물 실험에 이용된 동물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진 실험동물 공양탑(1922년)도 만나게 된다.
건물 외관을 쉬엄쉬엄 둘러보았다면 이제 ‘제중원 뜨락’이라고 적힌 돌비석 옆 쉼터 벤치에 앉아 봄의 나른한 햇살과 살랑이는 봄바람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나무그늘 아래서의 독서도 좋고, 음악을 듣는 것도 좋다. 순간, 소소한 행복이 바로 내 곁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즐거움
외관에서 받은 고풍스러움은 입구로 들어가는 출입문에서도 느껴진다. 마치 비밀의 문 같은 커다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외관만큼이나 멋진 박물관 내부를 마주하게 된다. 현재 1층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어 전시를 보려면 2층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콘크리트 건물 계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나무 계단의 삐걱거리는 울림. 낡고 오래됨이 고결한 아름다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다.
전시실은 자그마한 규모지만 의료 역사에 관련된 상설 전시와 해마다 특정 주제를 다룬 특별 전시로 알차게 운영되고 있다. 전시실에 배치되어 있는 대한의원 개원 기념 사진첩을 넘기다 보면 우리나라 근대의학의 초창기 모습을 그대로 만날 수 있어 더욱 실감이 난다. 김철 박사가 모은 우리 옛 안경, 과거 의약품의 신문광고와 각종 포스터 등이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또, 각 전시실마다 관람 후에는 인증 스탬프를 찍을 수 있게 해놓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박물관 관람의 또 다른 백미라 하면 시계탑 전시실을 꼽을 수 있다. 전시실은 건물 3층에 있는데, 오르는 길이 꽤 가파르다. 이곳의 시계탑은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계탑으로, 국내 유일의 기계식 대형 탑시계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1981년 보수 공사 당시 기계식 탑시계는 전자식 시계에 그 역할을 물려주었지만, 현재 기계식 탑시계는 전시실에 그대로 복원되어 2014년부터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시계의 보존과 전시공간의 안전 문제를 고려하여 전화나 현장 예약을 통해 약속된 시간과 인원에게만 개방되며, 박물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이동해야 한다.
< 3층 시계탑 전시실에는 당시에 사용된 기계식 탑시계가 전시되어 있다.>
관람시간 | 평일 오전 11시, 오후 4시 하루 2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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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인원 | 회당 15명 내외로 제한 (단, 학생 등 단체관람객의 경우 별도 문의를 통해 박물관 측과 관람시간을 협의할 수 있음) |
문 의 | 02-2072-2636 |
동대문성곽공원에 위치한 한양도성박물관은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양도성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박물관으로 상설전시실, 기획 전시실, 도성 정보 센터와 학습실을 갖춘 문화공간이다. 박물관에는 1749년 제작한 돈의문 현판(국립고궁박물관 소장), 흥인지문에 올려졌던 용두와 잡상 8점, 레고로 제작한 숭례문, 한양도성을 돌며 촬영한 영상 등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1915년 철거된 돈의문 현판은 일제강점기 한양도성 훼손의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지은 지 100년 가까이 된 고풍스러운 기와집은 소설 <역사는 흐른다>의 한무숙 작가가 평생 살았던 집을 개조한 것이다. 대청마루부터 온 집안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해 작가의 저서, 육필 원고, 사진, 편지 등을 전시하고 있다. 작가의 숨결이 밴 손때 묻은 집필 도구들, 남성적 필체의 육필 원고가 긴 세월이 입힌 빛바랜 옷을 입은 채 작가의 체취를 느끼게 해준다.
서울 대학로에서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학림다방은 우리나라 다방문화의 산실이다. 1956년 처음 문을 열었으니, 그 연륜이 벌써 환갑을 넘었다. 다방 이름은 당시 서울대 문리대 축제였던 ‘학림제’에서 따왔고, 현재 4대 사장인 이충렬 씨(62)가 31년째 운영 중이다. 천상병, 이청준, 황지우, 김승옥 등 당시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걸출한 인물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이곳은 여전히 시간이 멈춘 듯 그때의 감성과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혜화로터리에 있는 주유소와 혜화 파출소 사이의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도 등장했던 혜화동의 대표 맛집이다. 명성에 비해 허름한 외관에 한 번 놀라고, 엄청난 맛에 또 한 번 더 놀라게 되는 곳으로, 24시간 푹 고아 낸 진한 사골국물과 매끈하면서도 얇은 면발이 특징이다. 손님들에게 맛있는 김치를 내놓기 위해 매주 김장을 한다는 곳답게 칼국수와 김치의 조합이 아주 환상적이다.
위 치서울 종로구 창경궁로35길 13다음 스팟을 보시려면 위의 이미지 숫자를 순서대로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