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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은 당시 프랑스 화단을 충격에 빠뜨리고 마네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준 유명한 작품입니다. 기존 살롱 회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신화 속 비너스 대신에 동네에서 마주쳤을 법한 여자가 벌거벗고 양복 입은 신사들 사이에 앉아있으니 관객들 눈에는 굉장히 외설적으로 보여진 것이죠. 게다가 기존의 스타일과는 다르게 표현된 깊이감과 원근법, 미완성처럼 느껴지는 거친 붓질로 사람들은 “이 그림은 쓰레기다.”라면서 격렬하게 비난했습니다.
후배 화가 모네는 마네의 이 작품을 보고 ‘그림이 이렇게 새로울 수도 있구나…’ 하면서 큰 영감을 받습니다. 그래서 2년 뒤에 마네가 그린 <풀밭 위의 점심(1863)>을 재해석한 또 다른 <풀밭 위의 점심(1865)>을 그립니다. 비슷한듯 하면서도 많이 다른 두 그림, 마네의 그림이 인물화라고 하면 모네의 그림은 풍경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네는 인물의 얼굴과 개성, 인상착의를 또렷하게 그린 반면, 모네는 숲으로 내려쬐는 햇살과 인물에 반사되는 빛을 포착하여 그린 것이죠.
모네는 마네로부터 그림을 2차원 평면 위의 붓질로 이해하기 시작했고, 시대의 풍경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해 나갑니다. 루앙 대성당 연작 시리즈가 바로 그것입니다. 모네의 관심사는 오로지 성당 벽면이 반사하고 있는 수많은 빛의 변화였기에, 그림에서 성당은 과거 풍경화에서 보이던 공간감과 원근법은 찾아볼 수 없고 거의 평면에 가까운 추상화처럼 표현됩니다. 모네는 다양한 날씨와 빛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성당 건너편 여관방에서 14개의 캔버스를 동시에 펼쳐놓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대별로 캔버스를 바꿔가며 해가 지는 순서대로 빛의 변화를 그렸습니다. 변화하는 빛을 화폭에 잡아두기 위해 눈은 쉴 새 없이 빛을 분별해야 했고, 붓은 빛의 속도로 움직여야 했겠죠. 빛의 변화에 얼마나 혹독하게 집중해야 했을지,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얼마나 오래 서있어야 했을지 상상이 됩니다. 그리고 결국 모네는 흐르는 시간을 붙잡는 거의 불가능한 프로젝트를 완성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