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근육 키우기

제대로 불안해 하고 오히려 이기는 법

마음 근육 키우기 : 제대로 불안해 하는 법
마음 근육 키우기 : 제대로 불안해 하는 법

"이것은 모든 인간이 겪어야 할 모험이다. 불안에 사로잡히지도 굴복하지도 않으면서 불안해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제대로 불안해하는 방법을 배운 자는 누구든 궁극을 깨친 자다."

-키르케고르-

불안의 의미에 대한 다른 해석

‘불안’은 달갑지 않은 것입니다. 피하거나 줄이고 싶지요. 하지만 불안을 없애거나 통제하려고 애를 쓸수록 역설적이게도 불안은 높아집니다. 심리치료나 상담을 찾는 많은 분들은 불안이나 두려움과 같은 불쾌한 경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해 묻습니다. 평소 불안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심리 상담이 필요한 것으로 간주되지요. 하지만 키르케고르는 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불안은 영적인 삶을 위해 필수적이며, 불안이야말로 인간이 자신의 역설적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분투하는 상징이라고 보았죠. 따라서 그는 사람들이 현실과 이상향 사이의 긴장을 버티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활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각적 현실과 더 높은 차원의 이상향이라는 두 극단 사이에서 팽팽하게 버틸 수 있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비로소 제대로 불안해하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정한 자기가
된다는 것

진정한 자기가 되기 위해서는 불안을 다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또 한 단계의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그의 철학에 따르면 인간은 종교 뒤에, 혹은 사회적 역할이나 지위 뒤에 숨어서는 안 되며 오직 홀로 서서 내가 되기 위한 개인적 도전들에 직면해야 합니다. 즉 자신을 둘러싼 자신의 환경이나 조건 속에서 자신을 규정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 주체적이고 개별적인 단독자로서 우뚝 서야 한다는 의미이지요. 그는 인간이 자기 자신에 대해 얼마나 피상적으로 대하는지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모른다. 그는 자신이 입은 옷이나 지위, 역할 등 외면적인 것으로 자신을 규정할 뿐이다. 외면적인 것에 문제가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절망에 빠진다. 심지어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다고 바라기까지 한다. 그런데 사람이 과연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정말 자기 자신을 알고 있는 것인지 의아하다."

실제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조건과 환경으로 나 자신, 혹은 타인을 규정하곤 합니다. 나의 직업, 재산, 주변 사람 등이 곧 나의 정체성이 되지요. 그러나 이러한 외적인 조건들은 본질적이고 변치 않을 절대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누구든 원치 않는 일로 가지고 있던 것들을 순식간에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자기 자신을 이러한 외적 조건에 의지해 피상적으로 인지하고 있던 사람들은 이 조건들의 돌연한 상실 앞에 좌절하고 정체성마저 잃어버리게 됩니다. 진정한 자기 자신은 이토록 쉽게 변하고 사라질 정체성이 아닙니다.

치우치지
않음의 중요성

키르케고르의 실존 철학에서, 진정한 자기가 된다는 것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역설에 대처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한다는 것입니다. 삶의 조건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지향하는 이상향을 포기하지 않고 추구한다, 이것은 어떤 뜻일까요? 유한함, 이상향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나를 통합해 내는 것입니다. 이상향에 압도되거나 너무 치우치면 일상을 소홀히 할 우려가 있습니다. 특정 종교에 빠져 지내거나 명상은 열심히 하지만 가족을 팽개치거나 현실을 직면하지 않고 회피하는 분들을 보신 적이 있지요? 반면 유한함에 치우치면 절망을 겪을 때마다 실패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절망이 가져온 외면적 공백을 온갖 행동과 다른 조건들로 대체하려 합니다. 그럴 듯해 보이는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를 쓰면서 진정한 ‘나’ 로부터 점점 멀어져 갑니다.

진정한 내가 되기 위한 질문
“과거와 미래만을 생각해 현재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이러한 유한한 현실과 이상향 가운데 존재하는 것이 ‘나’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살면서 불안은 피할 수 없고, 뜻대로 되는 것 없이 절망도 자주 겪게 된다면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좋을까요? 현재에 전념하지만 이것이 미래와 맞닿아 있음을 염두에 두는 것은 어떨까요? 미래를 계획하느라, 과거를 추억하느라 현재를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온전히 만나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몰두하는 것. 여기에 답이 있지 않을까요? 그런 사람에게 즉각적 현실과 높은 차원의 이상향은 아마 따로 떨어진 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변지영

변지영

소장

공생연 (공부와 생활 연구소) 소장으로 한국인의 복잡하고 특수한 ‘자아’ 개념과 이로 인해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학습된 무기력’ 증상을 연구하며 심리학과 철학의 경계에서 ‘삶이 되는 공부’의 방법론에 관해 연구중

역서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저술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당신에게」 「항상 나를 가로막는 나에게」 「아직 나를 만나지 못한 나에게 」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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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09-15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