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의 가치

반려견과 함께하는 육아일기

같이의 가치 :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족여행
같이의 가치 :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족여행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순산하려면 많이 걸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임신 막달까지 열심히도 걸었다. 한 손에는 늘 강아지 가슴줄과 연결된 리드줄이 있었다. 가벼웠던 발걸음은 배가 불러올수록 점점 더뎌 졌고, 숨이 차 쉬어야 하는 횟수도 잦아졌다. 숨을 몰아 쉬며 잠시 멈출 때면 콩이와 완두도 멈춰 서서 그런 나를 돌아보았다. 이렇게 여유롭게 산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마음이 조급했다. 아이를 낳고 나면 여행은 커녕, 커피 한잔 마실 여유도 없을 거라는 육아 선배들의 악담인지 덕담인지 모를 말은 강아지들과의 여유로운 산책과 여행을 ‘지금 당장’ 실천하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틈이 날 때마다 바다로, 산으로 향했다.

새 식구를 받아들이는
각자만의 방식

찬바람이 봄바람으로 바뀌고, 걸었던 거리가 무색하게 제왕절개 수술로 딸아이를 출산했다.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하던 나는, 처음으로 긴 시간 동안 엄마가 없어져 당황스러울 강아지들이 눈에 밟혔다. 매일 남편에게 강아지들의 안부를 묻다가, 한번은 강아지들을 좀 데려와 달라고 부탁했다. 오랜만에 만난 강아지들은 뒷발로 서서 콩콩 뛰며 정말이지 난리가 났다. 백일 전에는 아기가 면역력이 완벽히 형성되지 않는다 해서 청결에 꽤나 신경을 쓰고 있던 터라, 강아지들과 아기를 번갈아 안아 주기 위해 손을 몇 번이나 씻어야 했는지 모른다.

두 마리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는 걸 아는 지인들은 임신한 나를 보고는, 출산 후에 강아지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 물었었다. 당시 나는 그 질문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는데, 아기의 안전이나 청결 또는 나의 고됨 등을 염려하여, 강아지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이 어떻겠냐고 넌지시 물었을 때에야 비로소 질문을 이해할 수 있었다. ‘둘째를 낳으면, 첫째는 다른 곳으로 보내나요?’ 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던 나였는데, 눈 앞에 강아지들과 아기가 함께 있으니 지인들의 염려가 곧 현실로 덮쳐왔다.

길게 느껴졌던 3주의 산후조리 기간이 끝나고 딸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첫 날, 꽤나 높은 아기침대의 높이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콩이가 밤새 한 숨도 안 자고, 아기를 탐색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불안한 마음에 콩이가 지쳐 포기할 때까지 지켜보려 했지만, 어느 순간 잠에 빠져 들고 말았다. 앞 발을 침대 난간에 간신히 걸치고, 뒷발로 콩콩 뛰며 어떻게든 아기를 보고 냄새를 맡으려는 콩이를 아침에 다시 봤을 때는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이런 밤이 다섯 번쯤 지나고 나니 콩이는 탐색을 중지했다. 그래도 혹여 질투를 할까, 강아지들에게 최대한 아기를 안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반면, 완두는 딱히 아기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완두의 관심사는 여전히 공과 간식뿐이었다. 심지어 둘째를 출산 했을 때는 콩이도 완두도 시큰둥한 반응이어서 내가 더 당혹스러웠다.

처음에 유기견이었던 콩이를 데려와 같이 지내던 우리 부부는 콩이가 외롭고 심심할까 해서 새끼였던 완두를 데려왔다. 하지만 그건 그저 사람의 위안거리였다는 게 밝혀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콩이는 딸아이를 탐색했던 것처럼 다섯 밤 동안만 열심히 완두를 탐색하더니, 그 다음부터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이 좋게 놀거나 서로의 등을 베고 낮잠을 자는 모습은 그저 우리의 바람에 불과했다. 콩이와 완두는 6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서먹서먹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제들

문제는 아기들이 기거나 걸으면서 다시 시작되었다. 활동범위가 넓어진 아기들은 완두와 콩이의 집을 무단 점거하고, 꼬리와 털을 잡아당기고, 강아지들 입에 손가락을 쑤셔 넣고, 자기가 먹던 간식을 주거나 심지어 개껌을 빼앗아 먹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콩이와 완두는 아기들에게 ‘당할’ 때면, 오히려 자리를 피해버렸다. 마치 상대도 안 되는 작은 아이가 까불면, 큰 아이가 ‘내가 너 한 번 봐준다’하는 식으로 끙-하고 참는 모습이었다. 아기들이 자라면서 강아지들을 괴롭히면 안 된다고 가르치니, 점차 강아지들이 ‘당하는’ 횟수도 줄어 들고 있다. 오히려 요즘엔 강아지들이 와서 나에게 ‘이르는’ 모양새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완두가 발 밑에 와서 자꾸 부비며 끙끙대서 완두 집에 가보니, 그 안에 들어가 개껌을 들고 씩 웃고 있는 아들녀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서열이었다. 무리 생활을 하는 본능이 남아있기에 개들에게 서열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사람들과 같이 살 때는 더더욱 중요해진다. 우리 같은 경우에는 콩이와 완두가 먼저 있었고, 이후에 아기들이 태어났기 때문에, 어찌 보면 서열은 완두와 콩이가 더 위라고 인식할 수 있다. 둔한 완두와는 달리, 예민한 콩이는 실제로 아기들에게 배를 보이는 ‘서열 훈련’을 거부하기도 했었다. 그럴 때면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아기들에게 주게 함으로써, 서열 정리를 해주려 하고 있다. ‘까까 주자!’ 하는 소리에 강아지들과 아이들이 동시에 뛰어온다. 아이들 손에 하나씩 간식을 쥐어 주면, 각자 맡은 강아지에게 입에 간식을 넣어준다. 가끔 둘째가 간식을 들고, 도망가서 문제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강아지들과 아이들의 변을 치우는 것이 하루 일과의 시작인 나는 최근 들어 먼저 일어난 아들 녀석이 휴지를 왕창 뽑아 강아지 변 위에 잔뜩 쌓아 놓고는 ‘지지’하며, 빨리 치워 달라고 하는 모습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처럼 강아지와 아기가 사이 좋게 같이 잠든, 평안하고 이상적인 모습은 우리 집에서는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서로 싸우고, 울고불고, 지지고 볶고 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면 강아지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염려와 고민은 하루하루 풀어가는 숙제가 되었다. 해결책은 있다. 엄청난 인내의 시간들이 필요할 뿐.

아기들과 강아지 두 마리를 모두 혼자서 케어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아무래도 콩이와 완두는 나보다는 남편이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산책횟수도 급격히 줄었고, 강아지들과의 여행은 지난 4년간 한 번 밖에 가지 못했다. 어쩌면 동생을 보게 된 첫째 아이처럼, 강아지들도 자신에게 쏟아지던 사랑이 나눠져 서운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친구, 나에게는 의지하는 반려의 대상인 콩이와 완두. 이제 네 아이가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가 없다. ‘같이의 가치’는 강아지 두 마리와 아이 둘과 함께 한 겹겹이 쌓인 시간 안에 숨어 있다.

공존을 위한 Tip

1. 아이와 반려견의 공간을 분리해주세요!

처음부터 아이와 반려견을 접촉시키면 서로 낯선 마음에 경계를 하거나 사고가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 서서히, 자연스럽게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인정할 수 있도록 공간을 분리해주세요.


2. 서열은 확실히!

반려견이 아이가 자신보다 낮은 서열이라고 생각하면 아이를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더 높은 서열임을 인식시켜주세요.

(1) 아이에게 강아지들의 간식이나 밥을 주게 하세요. 아이들이 계속해서 강아지들에게 먹이를 주게 되면 강아지들도 자연스럽게 아이가 자신의 주인임을 인식하게 됩니다.

(2) 산책 시 리드줄을 잡게 해주세요. 강아지들이 자신의 리드줄은 주인이 잡는 것이라고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리드줄을 잡게 되면 아이들이 자신보다 높은 서열임을 알게 됩니다.


3. 안 되는 건 명확하게!

아이가 강아지를 때리거나, 강아지가 아이를 물려고 하는 등의 행동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된다는 단호함을 보여주세요. 서로가 함께 공존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4. 함께하는 놀이를 가르쳐주세요!

강아지와 아이가 모두 다룰 수 있는 도구(공이나 소리 나는 장난감 등)로 함께 놀아주세요. 그리고 서로 싸우지 않고 재미있게 놀면, 즐거운 일(맛있는 간식)이 생긴다는 걸 가르쳐주세요.


5. 아이의 건강을 위해 반려견 위생을 관리해주세요!

아이가 어릴 땐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반려견을 자주 잘 씻겨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 까진 반려견의 털을 자주 밀어주고 정리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김지선

김지선

JNS 심리학연구소 소장

『애견동반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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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09-15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