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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읽거느 새단장 기념 이벤트 2016.01-18~02.29광화문 읽거느 새단장 기념 이벤트 2016.01-18~02.29

영혼을 불어넣는 기술자

다이보커피와 비미커피의 장인들

제3화. 다이보커피와 비미커피의 장인들 제3화. 다이보커피와 비미커피의 장인들

2019년 출간된 <커피집>은 일본 융드립 커피의 두 거장이라 불리는
다이보커피의 다이보 카츠지와 비미커피의 모리미츠 무네오의 대담집이다.
블루보틀의 사장이 정신적 스승이라고 밝힌 바 있는 다이보 카츠지는 이 책에서
‘나에게 블렌딩 커피는 스스로에게 최초의 이미지가 있고, 경험에 의지해서
그 이미지에 가깝도록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최초의 이미지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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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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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다이보커피와 비미커피의 장인들 제3화. 다이보커피와 비미커피의 장인들

반복의 철학이 만든 마스터 블렌더의 경지

내가 커피 블렌딩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바로 두 거장의 대담집인 <커피집>을 번역하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블렌딩이란 단순히 테크닉의 영역이며, 카페의 메인 컬러 같은 ‘상징적인 맛을 만드는 작업’ 정도의 생각에 그쳐 있었다. 철학, 신념 운운하면 솔직히 조금 지쳐 했다. 그러나 책을 잘 번역하기 위해, 그들의 대화를 수 십 차례 곱씹게 되면서 나의 생각은 조금씩 달라졌다. 철학 없이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어떤 경지를 엿보게 된 것이다.

100명이 있다면, 100명의 취향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맛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다이보 카츠지의 지론이다. 그래서 그는 최고는 아닐지라도 언제나 같은 맛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콩을 볶고, 커피를 내린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맛을 늘 미소에 비유한다. 미소에는 명랑한 미소도 있고, 어두운 미소도 있으니 원하는 미소를 만들기 위해서 콩을 볶을 때 세심하게 조정하고, 또 혼합 비율을 매일 매일 조금씩 바꿔가는 식으로 해서 대체로 일정한 맛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같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일련의 모든 작업이 매일같이 반복되는 셈이다.

  • 제3화. 다이보커피와 비미커피의 장인들
    다이보 카츠지 세미나

최초의 이미지를 향한 40년간의 경험과 노력

지금은 원래 카페가 있던 자리가 재건축되어 가볼 수 없게 되었지만, 다이보커피의 메뉴는 매우 단순했다. 4개의 콩(과테말라, 콜럼비아, 탄자니아, 에티오피아)으로 블렌딩한 원두를 농도만 선택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30그램 100cc, 혹은 20그램 100cc 등이다. 커피콩 종류의 다양함보다는 농도만으로도 달라지는 맛의 변화를 통해 ‘블렌딩의 미소’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다이보 씨가 말하는 이미지는 그가 추구하는 어떤 미소일 것이고, 또 그것을 커피에 담기 위해 매일 반복적으로 조정하는 작업 그 자체일 것이다. 40년 커피를 볶고 맛을 본 사람이 좋은 싱글 오리진에 관심이 없었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은 <커피집>에서의 대담만 봐도 금세 알 수 있다. 다만 싱글 오리진은 그가 찾고 있는 ‘최초의 이미지’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며, 오직 그가 지향하는 미소를 만드는데 필요한 원료를 선택했던 것뿐이다. 그리고 40년간 이어진 반복된 작업이 다이보 씨의 인생을 대변하듯, 그가 선택한 블렌딩 역시 하나의 훌륭한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지 않나 싶다.

  • 제3화. 다이보커피와 비미커피의 장인들
    커피비미 블렌드 메뉴
  • 제3화. 다이보커피와 비미커피의 장인들
    다이보커피 메뉴

여운의 블렌딩, 커피가 가진 기억을 소중히 하다

한편, 모리미츠 씨는 융드립 세미나에서나 카페에서 커피를 내릴 때, 블렌딩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이미지가 있어야 이론화가 가능하고, 비로소 맛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체험하는 것이 중요한데, 각자의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체험이 되어 자신만의 이론이 되고, 구체화하는 작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 속에 있는 어떤 바람에 좀 더 가까워지도록 하는 과정이 블렌딩이고, 그 바람을 표현하기 위한 블렌딩 방법을 자신만의 것으로 이론화했다.

그가 블렌딩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여운이다. 이를 위해 응용하는 것 중 하나가 음악인데, 단품으로 로스팅한 것을 화음의 조합으로 블렌딩을 할 때 비로소 깊은 여운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또, 괴테의 색채학을 들어 빨강, 파랑, 노랑이 섞이면 황토색이 되는데, 황토색을 배경으로 깔면 색채의 불협화음을 해결할 수 있듯이 콩을 배합할 때도 이러한 방법을 활용한다고 했다.

  • 제3화. 다이보커피와 비미커피의 장인들
    황토색 배경의 그림

특히, 미각에서 신맛, 짠맛, 단맛, 쓴맛, 감칠맛에 ‘떫은 맛’이라는 것은 불협화음에 해당될 수 있지만, 과테말라처럼 땅속의 미네랄을 흡수하고 자란 곳의 환경으로 만들어진 떫은 맛을 적당히 잘 남기는 것, 즉 커피의 기억을 남기면서 양질의 떫은 맛으로 남겨지게 한다는 것이, 모리미츠 씨가 말하는 ‘여운을 중시하는 블렌딩’이다. 이렇게 블렌딩의 생명력은 여운에 있으니, 커피가 가진 기억을 잘 남기는 것, 즉 여운을 위한 배합에 중점을 두었다.

  • 제3화. 다이보커피와 비미커피의 장인들
    융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는 모리미츠 무네오

한 사람의 장인이 비로소 예술가가 되는 순간

누군가 정해 놓은 것을 그대로 믿고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창의적이지 않다. 다이보 카츠지와 모리미츠 무네오 두 장인은 스스로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했고, 납득할 만한 기술을 쌓아갔다. 이러한 모든 작업의 과정이 영혼이 담긴 블렌딩으로 남게 되어, 지금도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 맛과 향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체험 없이 책만 뒤적거려서는 ‘자신을 표현하는, 혹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이미지’를 만들 수 없다.

자신의 일을 하나의 ‘창의적 활동’이라고 표현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 작업에 임할 때 그들은 장인이지만, 이에 더해 자신만의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블렌딩을 만들 때 비로소 그들은 예술가가 된다.

  • 제3화. 다이보커피와 비미커피의 장인들
    “이미지가 있어야 이론화가 가능하고,
    비로소 맛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모리미츠 무네오, 커피집 (2019)-
㈜후지로얄코리아 대표 : 윤선해

윤선해

㈜후지로얄코리아 대표
<커피교과서>, <커피집>, <커피과학>, <커피세계사>,
<스페셜티커피 테이스팅>, <향의 과학> 등 번역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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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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