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쉬인사이드

BTS가 우유를 마시고 도넛을 먹는다

디쉬인사이드 : BTS가 우유를 마시고 도넛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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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같은게 있어서 누군가가 십 년 전으로 돌아가 미래를 이렇게 예언했다면
틀림없이 단단히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십 년 뒤에는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뿐만 아니라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작품상 등을 싹쓸이 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K-Pop 가수들이 신곡 발표 당일
빌보드 100 차트 1위를 비롯하여 각 부문을 석권합니다.
그걸 또 전세계 수천만 팬들이 동시에 생중계를 보며 열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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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너마이트가 폭발했다

국운이 오려면 이렇게 오는거라고 나는 늘 생각한다. 운이라는 단어를 썼으니, 오해를 피하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야겠다. 아는 지인 가운데 신인 뮤지션을 후원하는 분이 있었다. 재정적으로도 여유가 있지만 마음 씀씀이도 너그러워 조건 없이 물심양면으로 도왔는데, 그 분에게도 조그만 불만 하나가 있었으니, 그 뮤지션이 매번 도움을 받을 때마다 ‘예수님께 감사합니다’라고만 이야기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을 소개시켜줘도 내가 해준거고 돈을 대줘도 내가 주는건데, 그때마다 예수님 덕이라고 하니 그럼 교회만 나가고 내게 오질 말든지…’ 진지한 불만은 아니었지만 옆에서 봐도 그 뮤지션의 감사 표현에 문제가 있기는 한 것 같았다. 일단 호의를 가지고 도와주는 사람에겐 도움 주셔서 고맙다는 표현을 하고, 그런 분이 도움을 베풀게 해주신게 다 예수님의 덕이라고 혼자 그렇게 기도를 드리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적절한 예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 국운이 도래하여 여러가지로 잘 풀려나간다고 믿는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회사가 되어 반도체, 휴대폰 시장에서 1위를 하고, 한국산 TV가 전세계 시장의 6할 이상을 점유하고, 조선 수주량이 1위이고 등등의 숫자와 통계도 수십 년 전에는 상상을 못한 것들이다. 앞에 얘기한 뮤지션 이야기처럼, 전자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은 해당 기업의 기술진, 경영진, 영업팀들의 피땀어린 노력의 결과이고, 조선산업의 발전은 고급 용접 등 각 분야의 기능직에서 설계팀, 영업조직, 경영진, 관련 정부조직 등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과 분투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으니 운이라고 하면 부정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밖에서 좀 넓은 시야로 조망하면 세상일은 노력만 가지고 되 것이 아니라는게 보인다. 수십 년간 세계시장을 석권하던 일본의 전자업계와 조선업계는 놀고 있었나?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가,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가 태만하게 놀면서 현대차, 기아차의 약진을 바라보고만 있었나? 성공하기에 충분한 노력을 했어도 그것이 기대만큼 결과를 가져오려면 행운이 따라야 한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상을 휩쓸 정도로 훌륭한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같은 해 그만큼 훌륭한 영화는 여럿 있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K-Pop 스타들의 노래가 좋고, 안무가 훌륭한 것은 틀림이 없지만 전세계 팬들이 열광하고 지지를 보내는 건 행운이 함께 따라주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현상이다. 그래서 나는 한반도에 국운이 도래하여 나라가 융성하는 것이라 믿는다. ‘이게 다 귀신의 조화다’라고 말하면 미신같아서, 나는 이렇게 얘기한곤 한다. ‘기독교 믿는 사람들은 예수님께 열심히 감사드리고, 불교 믿는 사람들은 부처님께 정성으로 기도 올리고, 종교 없는 사람들은 조상님 제사 열심히 모셔야 한다.’

앞머리에 사설이 길어졌는데 오늘 이야기는 BTS가 최근에 발표한 신곡 'Dynamite'에 관한 이야기다. 요새는 신곡을 유튜브로 전세계에 동시에 공개한다. 앨범을 발매하여 수익을 내던 대중음악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뀐지는 오래 되었다. 발표하고 며칠 안되어 3억뷰가 넘었으니 이것도 신기록이고, 아마도 이 글을 독자들께서 읽으실 즈음이면 이미 십억 뷰를 넘어섰을 것이다. 연재 4년째가 되는 이곳 ‘디쉬인사이드’에서는 그동안 영화와 음식을 다루었는데, 다른 매체를 다루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그러나 오늘 다루는 'Dynamite'의 ‘뮤비’ 역시 영상매체이고 그 안에 음식이 몇가지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는 그동안의 칼럼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해서 테마로 고른 것이다. 뮤직비디오를 줄여 ‘뮤비’라고 불리는 영상은 대개 노래 한 곡의 길이이므로 3~4분이고 길어도 통상 5분을 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노래와 함께 감상하는 내용이기에 반복해서 시청을 하는 걸 염두에 두고 제작한다. 그래서 커트를 짧게 짧게 편집을 하여 영화에 비해 같은 시간에 담긴 정보량이 엄청 많다. 'Dynamite'도 예외는 아니어서 여러 번 보아야만 보이는 내용들이 스쳐 지나가는 영상 이곳저곳에 숨겨진듯 담겨있다. 팬들은 오히려 이런걸 즐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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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BTS 'Dynamite' 뮤직비디오)

내가 'Dynamite' 뮤비를 처음 본 건 곡이 발표된 며칠 뒤였다. 빌보드 1위를 하였다는 소식이 각종 뉴스를 도배한 후였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욱 놀랐다. 세계 대중음악계의 트렌드에 역행하는듯한 내용으로 만들고도 빌보드 1위를 하다니, 하며 전율을 느꼈던 것이다. 아, 이제 한국의 K-Pop은 세계시장의 추세에 따라가는게 아니라 앞서가며 독자적인 행보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세계 대중음악의 정상에 우뚝 선 뮤비 속으로 들어가보자.

'Dynamite'는 우선 디스코풍의 리듬이라 젊은 세대뿐 아니라 나이 먹은 세대에도 친근하게 다가간다. 그리고 LP판을 취급하는 레코드숍이나 디스코가 들어있는 건물이 나오는 등 80년대 복고풍의 정서를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이곳저곳에 노스탈지어를 자극하는 아이템들이 ‘부활절 계란’처럼 깨알같이 숨겨져 있다. 반복해 보면서 이런 항목들을 발견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팬들에게는 즐거운 보물찾기도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커다란 특징은 80년대에서도 특히 마이클 잭슨의 음악에 대한 오마쥬로 보이는 안무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1983년에 발표한 그의 노래 'Beat It'은 전세계를 휩쓴 명곡이었는데 이 노래의 공식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안무를 BTS 멤버들이 간간이 재현한다. 마이클 잭슨은 당시 많은 젊은이들이 거리에서 떼로 몰려 다니며 구역 싸움을 하다가 목숨을 잃고 범죄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절박한 현실에 눈을 돌려 이 노래를 만들었다. 특히 사회 저변의 빈곤층에 있으며 마약이나 갱문화에 물들기 쉬운 흑인이나 라틴계 젊은 세대들에 대해 싸우지 말고, 이겨보겠다고 허망한 힘겨루기에 나서지 말고, 그저 나쁜 유혹으로부터 피하라는 내용의 가사가 'Beat It'이다.

미국의 대중가요가 평화를 호소하고 반전사상을 고취하는 풍조는 일찌기 베트남 전쟁 때부터 많이 나왔다. 밥 딜런, 존 바에즈, 피터 폴 앤 메리 등이 대표적인 가수들이다. 비틀즈가 해체되고 존 레논이 단독으로 을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히피문화의 종식 그리고 베트남 종전과 함께 사라져간 줄 알았던 평화운동이 가요에서 다시 살아났다고 반가워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음악의 주류는 이미 소모적이고 찰나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 때 인기의 정점에 올라있던 마이클 잭슨이 자신의 음악세계를 통해 진지한 사회현상을 말하기 시작한게 이 노래 'Beat It'이었던 것이다.

세월은 37년을 뛰어넘어 2020년 한국의 아이돌 그룹 BTS가 'Dynamite'라는 곡으로 시대적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노력한다는 맥락을 이어받는다. 원래부터 전세계적으로 ‘아미’라는 특별한 서포트 그룹을 가지고 있는 BTS는 소통과 공감이라는 의미에서 전례가 없는 아티스트이다. 누가 늘 착하고 옳은 말만 하면 따분해 하고 자칫 반발을 사기 쉬운 젊은 세대들에게 이들은 늘 착하고 옳은 말만 하면서도 그들의 공감을 사고 지지를 받는다. 그것도 종래 볼 수 없었던 적극적이고 진지한 마음을 끌어내면서. 그들은 전세계 ‘아미’와 함께 봉사활동, 기부활동 등의 선행을 함께 하면서도 그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는다. 이런 그들의 마음은 이번에 발표한 'Dynamite'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이 뮤비는 우선 전체가 부드러운 파스텔 톤으로 만들어져 현실에서 벗어난 가공의 세계 속에서 노래하고 춤춘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을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이다. 실제로 모두가 처해있는 현실에서 함께 노력하여 이루어야 할 이상적인 세계가 이만큼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인 것이다. 하나씩 짚어보기로 하자.

BTS가 보여주는 착한 우유와 친근한 도넛

디쉬인사이드 : BTS가 우유를 마시고 도넛을 먹는다 디쉬인사이드 : BTS가 우유를 마시고 도넛을 먹는다
(이미지 출처 : BTS 'Dynamite' 뮤직비디오)

노래는 아침에 일어나 우유 한 컵을 마시는 것에서 시작한다. ‘Cup of milk, let’s rock and roll’이라는 가사에 맞춰 멤버 ‘정국’이 우유를 마신다. 실제로 그가 평소에 우유를 좋아한다든가, 이 노래가 발표된 뒤 미국에서 우유 도매가격이 올라서 낙농업자들이 즐거워했다든가 하는 건 초점에서 벗어난 소소한 사실일 뿐이다. ‘렛츠 롸캔롤, 신나게 놀아보자’고 하는 젊은이에게 놀기 전에 어울리는 음료는 당연히 술이다. 위스키나 하다 못해 맥주가 타당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BTS는 우유를 마신다. 우유는 과학적인 면에서의 논쟁을 별도로 치자면, 건강한 음료의 상징이다. 숱한 뮤직비디오에서 가수들은 술을 마시고, 취하고, 술에 쩔어서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언젠가 비욘세는 비싼 샴페인을 욕조에 따라 목욕을 하는 장면을 뮤직비디오에 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유를 마시고 춤을 추는 BTS는 가히 충격적이기도 한데 모두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들은 BTS이니까. 덧붙여 이야기 하자면 이 장면에도 깨알같은 ‘부활절 계란’이 들어있다. 아주 짧게 편집해서 휙하고 지나가는데 정국은 우유를 마시고 입술 위에 하얀 콧수염처럼 남은 자국을 손등으로 쓱 닦아낸다. 이것은 미국에서 우유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오랫동안 전국적으로 진행되었던 ‘Got Milk?’ 캠페인에 대한 오마주에 다름 아니다. 미국에서 숱한 스타들이 동원된 이 캠페인은 사회전반에 확산된 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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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음료를 마시고 건전하게 논다는 의미는 뒤이어 나오는 가사에서도 보인다. ‘Ice tea and a game of ping pong’. 아이스티와 탁구 한 게임. 사실 숱한 뮤직비디오에서 미국의 젊은 세대들이 모여 즐기는 게임은 당구다. 담배 연기 자욱한 당구장에서 젊은이들이 모여 게임을 하다가 싸움도 하곤 한다. 그런데 'Dynamite'에서 마시는 음료는 술은 커녕 커피도 아니고 아이스티다. 그리고 놀이는 당구가 아니라 땀흘리는 스포츠인 탁구다. 나는 이 노래와 뮤비를 만든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아서 진실은 모르겠지만, ‘아이스티’ 대신에 ‘레모네이드’도 가사에 넣으려 고민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그리고 이 뮤직비디오에서 아주 인상적으로 눈에 들어오는게 도넛가게다. 커다란 도넛을 지붕에 얹어놓은 도넛가게는 실제로 LA에 있는 유명한 도넛가게인 ‘Randy’s Donut’을 모델로 한 것이다. 뮤비 안에서는 ‘다이너마이트 도넛숍’으로 나온다. 파스텔톤으로 처리한 예쁜 가게는 이들이 여러 번 방문하고 신세를 지고 또 좋아하는 LA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에서 들어간 것이라 확신한다. 캘리포니아의 상징 팜트리, 베니스비치의 길거리 농구, 인터넷의 발달로 지금은 사라져 버렸지만 한때 시장을 주름잡았던 레코드숍 체인 Sam Goody 등이 파스텔톤의 가상의 세계에서 예쁜 모습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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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BTS 'Dynamite' 뮤직비디오)

이야기는 랜디스 도넛가게로 다시 돌아간다. 랜디스 도넛가게는 LA공항에서 한인타운으로 들어가는 길가에 있어 재미교포들이나 자주 가는 여행자들에겐 익숙한 가게이기도 하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프리웨이가 평소 워낙 체증이 심해 현지 사람들은 그냥 La Cienega 길을 자주 이용하는데, 공항을 떠나 얼마 안가서 커다란 도넛이 눈에 들어온다. 숱한 헐리웃 영화에 이 가게가 등장하여 별로 화제거리도 안될 정도다. 팀 버튼은 <화성침공>에서 이 도넛가게를 캔저스로 옮겨서 등장시킨 바 있다. 지구가 종말에 가까운 파국을 맞이하는 재난영화, 롤란드 에머리히 감독의 <2012 >에는 이 가게가 그대로 나온다. 대지진이 일어나 지옥같이 변한 LA시내를 지붕에서 떨어져 내린 커다란 도넛이 떼굴떼굴 굴러가는 장면은 언제 보아도 압권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한 마블 코믹스의 <아이언맨 2>에서는 아예 아이언맨이 그 가게의 지붕에 올라가 도넛 가운데에 앉아서 도넛을 먹는다. ‘실드’의 책임자 닉(새뮤얼 잭슨)이 그를 찾아가 내려오라고 하여 가게 안으로 데려가 도넛을 먹으며 얘기를 하는 장면이 이어지고, 거기에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가 참가하는데 장면 내내 유리창의 랜디스 도넛 로고가 함께 비춘다. 이 가게가 LA의 상징물이니 그런 것이지, 어떤 브랜드가 일부러 돈을 주고 광고를 하려고 했다면 이렇게까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참고로 BTS 뮤비 속의 가상의 도넛숍은 ‘도넛 앤 버거’라고 되어있다. 미국이 낳은 위대한 음식 햄버거도 빼먹지 않고 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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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람들의 도넛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깊고 오래 되었다. 어려서부터 먹었던 달콤한 맛과 거기에 새겨진 숱한 추억 위에 계속 새로운 추억이 덧칠 되는게 미국사람들과 도넛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가난하고 시간이 바쁜 미국의 대학생들은 아침을 도넛 한 개와 커피 한 잔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하버드, MIT를 비롯해 열 개가 넘는 대학이 몰려있는 보스턴은 도넛의 수도라고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도넛가게가 많다. 과장 좀 보태서 말하면 한 집 건너 하나 있는 것 같다. 영화에도 아주 자주 나오지만 경찰과 도넛도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격한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단 것으로 풀려는 것도 있을테고, 식사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업무 특성상 허기를 때우기에 만만한 것이 도넛과 커피이기도 하다. 경찰과 도넛의 관계를 묘사하는데 갈데까지 가보자고 작심한 것 같은 작품이 데이빗 린치가 만들어 엄청난 화제를 불러모은 TV드라마 <트윈피크스>다. 의문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려고 워싱턴주의 조그만 마을 트윈피크스에 온 FBI 에이전트 데일 쿠퍼(카일 맥라클란)는 임시 수사본부가 된 로컬 경찰서에서 매일 아침 경찰들과 함께 커피와 도넛을 먹는다. 비가 많이 내리고 흐린 날이 많은 서부 워싱턴주(수도 워싱턴 디씨가 아님) 날씨는 진한 커피가 어울리고, 또 커피에는 도넛이 궁합이 잘 맞는다. 사진에서 보이는 듯이 다양한 도넛을 가져다 놓고 커피를 즐기는 건 이젠 미국사람들에겐 하나의 로망이 되어버린 경우도 있다. 당뇨와 비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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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을 기름에 튀겨 높은 칼로리에 잔뜩 들어간 설탕으로 당분 함량도 엄청 높다. 그래서 요새는 마음놓고 먹을 수 없는 사람도 많다. 빌 머레이의 명연기를 바탕으로 세월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는 명화 <사랑의 블랙홀>에서 주인공 필(빌 머레이)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해도 죽지 않고 자고나면 다시 하루가 반복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자 제일 먼저 한 일이 도넛을 잔뜩 쌓아놓고 볼이 미어지도록 먹어대는 것이었다. 이렇듯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미국사람들과 친근한 도넛이 BTS의 'Dynamite'에 등장하는 건 대단히 상징적이다. 바로 뒤이어 나오는 아이스크림 트럭처럼. 미국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누구나 어릴 때 딸랑딸랑 종소리 음악을 스피커로 틀어대며 지나가는 아이스크림 트럭에 대한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뮤비에도 ‘DYNAMITE’라고 로고를 쓴 아이스크림 트럭이 나오고 그 앞에서 BTS 멤버가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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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BTS 'Dynamite' 뮤직비디오)

술 대신 우유를, 커피 대신 아이스티를, 그리고 미국사람들의 생활에 깊숙히 자리잡은 도넛과 아이스크림 문화를 등장시킨 것은 BTS가 미국사람들에게 보내는 참신한 선물이라고 하겠다. BTS는 'Dynamite' 이전에 영어가 아닌 한국어 노래로 이미 세계를 제패하였고 미국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상태였다. 따라서 이번에 영어로 된 노래 ‘Dynamite’를 발표한 것은 대중들의 기호에 영합하여 인기를 올리거나 수익을 증대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그동안의 성원에 답례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본다. ‘그동안 한국어로 부르는 노래도 좋아해 주시고, 따라 불러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엔 여러분들이 더 이해하기 쉬운 노래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런 의미라고 나는 해석한다. 그리고 대중음악의 세계를 향한 발신지는 미국이다. 그런 미국에서 여러 방송국에서 출연을 요청하고 특집을 꾸며주고 각종 음악제에서 상을 주고 하니 고마웠다는 의미로 미국문화에 대한 경의를 표한 것이라 보인다. 그리고 그걸 파스텔 톤의 장면장면으로 꾸며 ‘코로나19로 힘드시죠? 우리 함께 견뎌내고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요!’라고 전세계 팬들에게 힐링의 메시지를 던진 노래가 바로 'Dynamite'다.

영화제작자. SCS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 이주익

이주익

영화제작자

영화제작자. SCS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영화 <워리어스 웨이>, <만추>, <묵공> 을 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음식과 요리에 관심이 많아,취미로 음식에 대한 연구를 했고 음식 전문 서적 수천 권을 보유중이다. 음식 관련 영화와 TV 드라마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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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9-25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