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편지 자주 쓰시나요? 지금처럼 전화나 문자가 없던 시절 직접 이야기하는 방법 외엔 오직 편지만이 유일한 소통의 길이었죠.
통신이 발달하기 전 누구나, 수없이 이용했던 편지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값을 자랑하는 편지에 대해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정조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비밀편지 297점. <정조어찰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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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작품의 소개
1. 정조어찰첩의 발신인, 정조
앞서 소개한 292점 편지의 주인공은 조선 22대 왕이자 조선 후기의 중흥을 이룬 인물 정조입니다. 정조어찰첩은 정조가 세상을 떠나기 전 4년 동안 보낸 297점의 편지 그리고 편지봉투인 피봉 6권을 장첩한 작품입니다.
지난 2009년 2월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됐는데, 공개 이후 큰 반향을 일으키며 정조시대의 정치사뿐 아니라 정조의 인간적인 면모를 연구하는 긴요한 문화적, 학술적 사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어찰들의 수신인이 당시 정조와 정치적으로 적대관계에 있었던 노론 벽파의 선봉 심환지였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정조는 적대적 관계였던 심환지에게 이토록 많은 편지를 보낸 것일까요?
2. 정조어찰첩의 의미
어찰첩의 내용은 크게 4가지로 나누어집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민감한 정치 현안의 처리와 자문, 인사문제, 상소 등의 처리, 중앙 정계 및 산림의 여론과 동향 탐색이 뒤를 잇습니다. 일종의 정치 문건들입니다.
정조가 그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던 남인의 영수 ‘체제공’에게 보낸 어찰들은 기존에 이미 공개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서신을 통해 신료들에게 정국 운영에 필요한 의견을 물었던 정조의 정치 성향을 연구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어찰첩의 발견은 정조가 자신에게 좋은 말만 하는 측근들의 의견만 들은 것이 아니라, 직위와 당파를 막론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는 사실까지 밝혀내는 계기가 됐습니다. 심환지에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조언을 구하며, 서로 의견이 다를 경우 조율을 시도하기도 했는데요.
아래 한 구절을 살펴보겠습니다.
정경 자리에 두 서씨가 있는데, 앞으로 있을 이조판서의 천망에는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좌의정은 젊은 사람에게 돌려야 한다는데, 경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나도 선택하기가 어려우니 대신에게 맡길 것이다. 하지만 마음 속에 강구하는 바가 없을 수 없으므로 이렇게 상의하는 것이니, 헤아려 하는 것이 어떠한가?
3. 비밀편지
정조어찰첩은 비밀리에 부쳐진 편지입니다. 국왕과 대신이 비공식적으로 정치와 인사 문제를 논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심지어 정조는 스스로의 뜻을 심환지에게 전해, 마치 심환지의 주장인 듯 말하도록 한 뒤 자신이 윤허하는 형식을 취해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일까요? 정조는 심환지가 자신이 보낸 어찰을 잘 처리하고 있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심지어는 어떠한 방법으로 처리하는지를 궁금해하기도 했답니다. 편지 속에서 지속적으로 폐기하기를 명령하는 내용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죠.
하지만 편지는 피봉과 함께 첩으로 남겨져 있었습니다. 아마 심환지는 이것을 정치적 보험으로 삼기 위해 일부러 보관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조어찰첩은 시대의 여러 사건과 이와 관련된 내밀한 속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아주 높은 사료적 가치를 가집니다. 정조가 직접 쓴 친필 편지 원본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문화재이기도 합니다.
경매에 출품된 2013년, 낙찰가는 과연 얼마일까요? 바로 12억입니다. 그리고 3년 뒤인 2016년에는 국가지정 보물 제1923호로 등극했습니다.
세상에 공개된 지 얼마 안 된 사료이니만큼
앞으로도 정조시대 정치사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에 소중히 사용되길 바라며
미술이 술술,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만나요!
손이천 경매사
고미술품에 대한 소개와 함께 경매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는 미술품 경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