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문학 기행

불안을 극복한 단편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

다큐 문학 기행 : 불안을 극복한 단편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 다큐 문학 기행 : 불안을 극복한 단편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

“어때?” 그가 물었다. “보고 있나?”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우리 집 안에 있었다. 그건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어디 안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나는 말했다.
1983년 출간 8주 만에 3쇄를 찍어내며 17,000부의 판매고를 올리고 열두 개 언어로 번역 판권이 팔린 책,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 <대성당>. 12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작품집은 아내가 알고 지낸 한 맹인이 집으로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 사람은 저녁을 먹으며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아내와 다르게 남자는 이 맹인에게 그다지 흥미가 없다. 술에 취한 아내가 방으로 올라가고, 거실에 단둘이 남은 맹인과 남자. 어색함을 둘 곳 없어 돌리던 TV 채널은 대성당이 나오는 다큐멘터리에 멈추고…. 맹인은 남자에게 말한다.
“자네가 뭘 보든지 상관없어, 나는 항상 뭔가를 배우니까. 배움에는 끝이 없는 법이니까, 오늘 밤에도 내가 뭘 좀 배운다고 해서 나쁠 건 없겠지, 내겐 귀가 있으니까.”

화자는 맹인이 시키는 대로 대성당을 설명하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보이는 것을 설명하며, 새롭게 보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 작가 레이먼드 카버는 단편 <대성당>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게 된다. 그는 어떻게 이런 작품을 쓰게 되었을까.

“어때?” 그가 물었다. “보고 있나?”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우리 집 안에 있었다. 그건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어디 안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나는 말했다.
1983년 출간 8주 만에 3쇄를 찍어내며 17,000부의 판매고를 올리고 열두 개 언어로 번역 판권이 팔린 책,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 <대성당>. 12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작품집은 아내가 알고 지낸 한 맹인이 집으로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 사람은 저녁을 먹으며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아내와 다르게 남자는 이 맹인에게 그다지 흥미가 없다. 술에 취한 아내가 방으로 올라가고, 거실에 단둘이 남은 맹인과 남자. 어색함을 둘 곳 없어 돌리던 TV 채널은 대성당이 나오는 다큐멘터리에 멈추고…. 맹인은 남자에게 말한다.
“자네가 뭘 보든지 상관없어, 나는 항상 뭔가를 배우니까. 배움에는 끝이 없는 법이니까, 오늘 밤에도 내가 뭘 좀 배운다고 해서 나쁠 건 없겠지, 내겐 귀가 있으니까.”

화자는 맹인이 시키는 대로 대성당을 설명하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보이는 것을 설명하며, 새롭게 보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 작가 레이먼드 카버는 단편 <대성당>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게 된다. 그는 어떻게 이런 작품을 쓰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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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단편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

다큐 문학 기행 : 불안을 극복한 단편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1
1938년 미국 오리건주, 노동자 계급의 부모 밑에서 태어난 카버는 그저 그런 학벌과 집안 환경 속에서 자신도 부모처럼 살게 될 것이라 여기며 살았다. 하지만 그런 막연한 짐작은 만 스물이 되기도 전에 결혼하면서 비틀어진다. 어린 나이에 아이 둘을 낳은 이후로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온갖 직업을 전전해야 했던 것이다.

“스무 살이 되고 결혼해서 애들을 낳기 전까지는 내 인생에 중요한 일이라는 게 없었던 것 같아요.
그 후에야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 거죠.”
- 작가 인터뷰 중에서
10대 시절부터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글에 흥미를 보였지만, 그가 오롯이 글에 집중할 시간은 없었다. 잡지에 짧게 실리는 원고료는 생활을 유지하기엔 터무니없이 적었고, 애써 쓴 원고는 그마저도 편집자에 의해 자주 변형됐다. 그리고 여러 일을 전전하며 겪은 가족이라는 이름의 막대한 책임과 불안한 현실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알코올의존증’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술에 의지하던 날들은 어렵게 얻어낸 대학 강사 자리 마저 앗아갔고, 두 번째 파산신청을 하고 아내와 별거를 하게 된다. 짧은 시간 완성해야 했던 글들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 쳐야 했던 시간과 불안은 어쩌면 그가 쓴 소설의 모태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삶의 무게가 담긴 이야기들

다큐 문학 기행 : 불안을 극복한 단편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2
삶의 근본적인 고통을 어루만지는 짧은 소설들은 영화화되기도 했다. 그 중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숏컷’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9개를 엮어낸 수작으로, 각 단편이 묘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잘 포착해 낸 작품이기도 하다.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들은 인생의 순간들, 이면들, 그것이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각인시켜 준다.

단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여자의 삶에 갑자기 아이의 교통사고가 찾아온다. 깨어나지 못하는 아이로 힘들어하던 여자는 지나치던 어린 여자아이에게 이런 말을 한다.

“아이를 갖지 마.”… “정말이야. 갖지 마라.”
단편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에서 심장 전문의는 이런 말을 한다. 두 커플이 모여 술에 취한 어느 밤이었다.

“사랑에 관해 뭔가 아는 것처럼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해선 창피해해야 마땅해.”

단편 <열>에서 집을 나간 아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신열과 함께 받아들이게 된 남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 인생은 지나가고 있었다. 그 지나침은 - 비록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는 맞서 싸우기까지 했지만- 이제 그의 일부가 됐다.
그가 거쳐 온 지난 인생의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결코, 완벽하지 않은 삶의 순간들, 어딘가 실패를 맞이하는 가라앉는 인물들, 뒤틀린 현실과 불편하고 담담한 이야기들이 던져주는 묘한 연민…. 궁핍과 불안에 시달리던 작가 레이먼드 카버의 삶은 1977년 바뀌게 된다. 네 번의 입원에 걸친 알코올중독 치료 이후 금주를 결심한 것이다. 그 후 그는 생을 마칠 때까지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았고, 술을 끊고 난 후의 삶을 ‘그레이비(고기를 조리할 때 나오는 육즙으로 만든 소스)’라고 불렀다. 평범한 음식을 풍성하게 만드는 소스에 자신의 삶을 빗대 감사히 여겼던 것이다.

불안을 넘어 찾아온 새로운 삶, 그러나

다큐 문학 기행 : 불안을 극복한 단편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3
이후로 그는 전미 도서상 후보에 올랐고, 여러 문학 기금을 받았다. <대성당>을 발표한 후 미국 예술문학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아 매년 35,000달러를 세금 공제 없이 5년간 받을 수 있게 됐다. 보수를 받는 직업을 갖지 않고 창작에만 몰두하라는 조건이었다. 마침내 생활을 걱정하지 않고도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약속된 5년 후, 그는 반백 년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한다. 사인은 폐암. 병이 심각해질 때까지 주변에 알리지도 않았다. '그레이비' 같던 삶은 그가 견뎌온 불안과 역경에 비하면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생전에 써둔 노트에 이런 시를 적어두었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너는 이번 생에서 네가 얻고자 한 것을 얻었는가?
그렇다.
무엇을 원했는가?
이 지상에서, 나를 사랑받는 사람이라 부를 수 있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
- ‘만년의 조각글’(late fragment)


언제든 불안하고, 어딘가 쓸쓸한 생을 그저 겸허하게 받아들였던 레이먼드 카버. 불안을 견디고 넘어선 사람이 이겨내라 강요하지 않는, 그저 그 불안을 함께 해주는 듯한 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남아 큰 위로의 문장으로 읽히고 있다.

이 모든 게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헛된 시도는 아니었다. - 여행.
레이먼드 카버
다큐 문학 기행 : 불안을 극복한 단편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4

[참고도서]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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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11-11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