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책을 읽다

손과 몸을 쓰는 삶의 즐거움

다큐 책을 읽다 : 손과 몸을 쓰는 삶의 즐거움 다큐 책을 읽다 : 손과 몸을 쓰는 삶의 즐거움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 위치한 ‘쇼코 모토’라는 모터사이클 정비소엔 특별한 사연을 가진 정비사가 있다. 그의 이름은 매튜 B. 크로포드. 고물이 다 된 오토바이를 수리하는 일에 거침이 없으며, 오히려 실험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정비 작업에 즐거움을 느낄 만큼 정비 일에 대한 자부심이 큰 베테랑 정비사다. 그리고 그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정비사가 되기 전 특별한 이력 때문인데, 정치철학박사이자 워싱턴 싱크탱크 소장이라는 탄탄한 직함을 버리고 모터사이클 정비사가 되었던 것이다. 그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식노동자의 삶에서 육체노동자의 삶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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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손과 몸을 쓰는 노동을 통해 스스로 유용한 존재임을 깨닫다

손과 몸을 쓰는 노동을 통해 스스로 유용한 존재임을 깨닫다
“워싱턴 싱크탱크에서 일할 때 나는 늘 피곤했고 솔직히 내가 보수를 받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중략) 가장 놀라운 사실은 종종 내가 육체노동에서 더 ‘지적으로 흥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손으로, 생각하기> p. 12

지식 노동에서 그가 느낀 것은 공허함뿐이었다. 학문적 본질보다는 물질적 이익을 위해 연구를 진행해야 했던 상황 때문이다. 마치 넥타이를 맨 노예처럼 일에 대한 의미도, 자유 의지도, 삶의 가치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크로포드는 내가 뭘 해야 할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열다섯 살 때 정비소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모터 바이크 수리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사무실을 벗어나 모터 바이크를 수리하기 위해 복잡한 기계를 일일이 뜯어내 고장 원인을 찾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그의 지적인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직접 손을 쓰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예전 컴퓨터 앞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이 솟아난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유용한 존재가 됐음을 느꼈다

세상과의 풍부하고 지적인 교류, 손으로 하는 노동

세상과의 풍부하고 지적인 교류, 손으로 하는 노동
고대에는 지혜(sophia)가 ‘손기술’을 의미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낙사고라스는 “손을 사용하기 때문에 인간은 가장 지능적인 동물”이라고 말했으며, 독일의 실존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손작업이야말로 사물이 가장 독창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는 양식”이라 간주했다.

그리고 “인류는 손을 써서 일하는 순간 세상과 훨씬 더 풍부하고 지적인 교류를 시작한다”고 믿었다. 목수가 수많은 작업을 통해 다양한 목재들의 특징에 대한 지식을 얻으며 자연과학을 알게 되고 각도, 수직, 수평과 같은 건축에서 필요한 지식도 습득하는 것처럼 말이다.
노동하는 사람은 자신의 노력에 의해 변화되어온 세계에서 자신의 산물을 알아본다. 그 산물에서 자신을 인식하고 그것에서 자신의 인간적인 실체를 이해한다.”
<손으로, 생각하기> p. 25

현대인을 새로운 차원의 무기력에 빠뜨리고 있는 지식 노동

현대인을 새로운 차원의 무기력에 빠뜨리고 있는 지식 노동
고대부터 인간은 손과 몸을 사용할 때 세상에 자신을 구체적으로 표출하는 만족감을 느끼며,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확인했다. 그렇다면 21세기 현대인들은 어떠한가? 필요한 모든 것이 공장에서 대량생산되고, 스마트폰으로 의식주가 해결되는 디지털 시대. 현대인들은 직접 만들어 쓰거나 고장난 물건을 스스로 고치기보다 고장나면 다시 구입하고, 전문가에게 수리를 맡기는 편리한 방법을 택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고민하면서 완성해 나가기보다 빠른 해결을 위한 수동적인 선택을 더 많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추구하는 지식 노동은 많은 현대인들을 새로운 차원의 무기력에 빠뜨리고 있다. 손에 잡히지 않는 가치, 그리고 수치와의 싸움, 기계처럼 반복되는 업무. 이런 것들이 어느 날 키보드에 갇힌 자신의 인생에 공허감을 느끼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자아는 ‘직장의 권위적인 규율’로 가득 차 있으며 그런 부담이 근무시간의 연장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중략)
상사, 모든 동료들, 고객들과 공급업자들에게도 평가를 받는다.
자아에서 소위 정체성이라고 불리는 잘못된 자기 이미지를 지우는 것이다.”


<손으로, 생각하기> p. 206

노동의 가치를 바라보는 전혀 다른 시선이 필요한 시기

노동의 가치를 바라보는 전혀 다른 시선이 필요한 시기
편리함과 지식 노동의 가치만을 쫓아가다 수동적인 인간이 되어버린 현대인들,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현재. 다시 활기찬 삶과 스스로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의 삶을 능동적이고, 조금 더 윤택하게 하려면 노동의 가치를 다른 시선에서 봐야 합니다. 손과 몸을 써서 하는 노동의 가치를 통해서 행위의 주체가 바로 ‘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요. 이런 행위의 주체를 통해서 완전한 자율성의 회복이 이루어지고, ‘나’라는 존재가 조금 더 생산적인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고, 무엇보다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 권혁중 사회경제문화평론가
손과 몸을 쓰는 삶의 즐거움
철학자 칸트는 말했다. “손은 밖으로 노출된 뇌”라고 말이다.
부지런한 손 노동은 뇌를 깨우고, 손으로 만드는 새로운 경험은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무엇 하나 내 손에 잡히는 것 없이 공허하고 쓸쓸한 삶이 반복된다면, 획일화된 일상 속에서 창의성을 잃고 활기를 잃어간다면,
이제 손을 사용하는 취미를 한번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즉각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결과가 새로운 성취와 즐거움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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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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