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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모금의 우연

헤밍웨이의 쿠바, 킬리만자로 그리고 랭보의 하라

한 모금의 우연 : 스타가 된 커피들 - 헤밍웨이의 쿠바, 킬리만자로 그리고 랭보의 하라 한 모금의 우연 : 스타가 된 커피들 - 헤밍웨이의 쿠바, 킬리만자로 그리고 랭보의 하라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마지막 부분을 기억하는가. 상처투성이로 돌아온 노인에게 소년이 건넨 뜨거운 커피 한 잔은 노인을 살리는 약이 된다. <노인과 바다>의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나도 커피 한 잔!’ 하고 자신도 모르게 한 마디 내뱉지 않았던가. 오래 전 영화이지만 <킬리만자로의 눈>이라는 영화를 본 사람들은 킬리만자로 커피를 찾기 시작했다. 또, 시인 랭보가 절필을 선언하고 떠나 무역상이 되었던 곳, 하라. 랭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하라 롱베리에 특별한 애정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역사와 소설 속에 등장했던 ‘유명한’ 커피들을 소개한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마지막 부분을 기억하는가. 상처투성이로 돌아온 노인에게 소년이 건넨 뜨거운 커피 한 잔은 노인을 살리는 약이 된다. <노인과 바다>의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나도 커피 한 잔!’ 하고 자신도 모르게 한 마디 내뱉지 않았던가. 오래 전 영화이지만 <킬리만자로의 눈>이라는 영화를 본 사람들은 킬리만자로 커피를 찾기 시작했다. 또, 시인 랭보가 절필을 선언하고 떠나 무역상이 되었던 곳, 하라. 랭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하라 롱베리에 특별한 애정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역사와 소설 속에 등장했던 ‘유명한’ 커피들을 소개한다.

헤밍웨이의 커피로 불리며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커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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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 <아웃 어브 아프리카>에서 여주인공 카렌(메릴 스트립)은 케냐에서 커피농장을 경영한다. 연인이었던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와 함께 세렝게티 초원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피크닉을 즐기는 장면은 많은 이들의 로망이 되었다. 그 곳에, 행동하는 작가 헤밍웨이가 있었다. 그는 탕가니카 커피농장을 가진 지인의 소개로, 케냐와 탄자니아에 걸친 이 세렝게티 초원을 누비며 사냥과 낚시를 즐겼다. 그렇게 그의 자전적 소설 <노인과 바다>가 탄생했다.

헤밍웨이가 쿠바에 살면서 멕시코만을 배경으로 쓴 마지막 소설 <노인과 바다>. 어부 산티아고가 먼 바다로 나가 청새치와 전쟁(!)을 치르고 지친 몸으로 돌아와 쓰러졌을 때, 소년 마놀린이 노인에게 뜨거운 커피를 가져다 준다. 우유와 설탕을 듬뿍 넣은 한 잔을. 그렇게 쿠바커피는 헤밍웨이의 커피로 일약 스타가 되었다. 헤밍웨이가 작가로서 거의 사형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 나온 작품이니, 얼마나 각별한 의미가 있었겠는가. 자신이 죽었는지 의심될 정도로 지친 노인은, 헤밍웨이 그 자신이었고, 그런 그가 원했던 것은 따뜻한 커피 한 잔 같은 사람들의 관심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쿠바 커피는 헤밍웨이와 함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또한, 헤밍웨이 원작의 영화 <킬리만자로의 눈>을 계기로 일본에서 특히 킬리만자로 커피가 인기를 모으게 되었다. 킬리만자로는 탄자니아와 케냐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남쪽 기슭의 모시지방에서 재배된 커피를 주로 가리킨다. 킬리만자로 커피를 좋아한다면서 그것이 탄자니아 커피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최근에 한국에서는 탄자니아로 불려서 어쩌면 다행이라고 생각되지만, ‘킬리만자로의 표범’같은 이름을 들을 때와 ‘탄자니아의 표범’이 주는 느낌이 다르듯, 이름이 주는 ‘맛있음’을 포기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시인 랭보의 스토리텔링이 더해진
에티오피아 하라 롱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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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 지부티, 하라, 아비시니아, 아라비아 등은 모두 커피와 관련이 깊은 지역의 이름들이다. 어떤 예술가의 일생에서 이 인물처럼 이곳들과 깊게 관련된 인물이 있을까. 영화 <토탈 이클립스>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했던 인물, 바로 시인 랭보다.

시를 포기한 랭보(1870)가 오랜 방랑 끝에 아덴의 커피무역상에 취직을 하고, 커피상인이 되어 찾았던 마을이 바로 에티오피아 하라(harar)이다. 그는 그곳에서 커피선별과 검량 작업장의 감독관직을 맡아 지내면서 10년을 넘게 머물렀다. 겁없는 자유영혼은 그곳에서 무엇을 원했던 것일까. 랭보가 가장 사랑했던 동생 이자벨 랭보의 <랭보의 마지막 날>이라는 책에는, 랭보가 하라에서 커피와 물품들을 교역하러 떠나는 행렬에는 지역주민들의 성대한 환호가 있었다고 했으며, 그가 아파서 고향으로 돌아온 후에도 하라로 돌아가가겠다는 집념이 강했다고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하라는 에티오피아를 대표하는 커피 산지 중의 하나이며, 예외적인 특징이 많은 곳이다. 무엇보다 ‘커피 재배가 시작된 땅’으로서의 역사가 있다. 여기서 재배된 콩은 예맨으로 모여 ‘모카’라는 이름으로 세계로 수출되었다. 지금도 ‘모카 하라’ ‘예맨 모카’ ‘에티오피아 모카’라고 불리는 커피들의 이름은 이런 역사가 그 배경이 된다. 랭보는 여느 커피와 그닥 다를 것 없는 커피에 스토리텔링으로 브랜드 가치를 부여하여 ‘하라 롱베리’의 전설을 만들어 냈다. 지금도 하라 롱베리는 G3, G4(등급)라도 제법 좋은 가격이 붙는 경향이 있다. 랭보 프리미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다른 스타 커피, 마크 트웨인의
하와이 코나와 잭 니콜슨의 루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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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의 코나섬에서 재배된 커피, 하와이 코나. 요즘에는 생산량과 유통량이 적어 쉽게 만날 수는 없지만, 과거에 블루마운틴과 더불어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커피다. 과테말라의 티피카 품종을 심어 1840년경부터 재배가 시작되었는데, 1866년 마크 트웨인이 <하와이로부터의 편지>에 코나 커피를 절찬하면서 미국에서는 물론 일본에서도 최고의 커피로 대우받게 되었다. 이후 1880년대 사탕수수의 증산과 가격폭락으로 거의 생산되지 못하다가 1950년부터 다시 증산되기 시작했다. 현재도 병충해 피해 등으로 생산량은 많지 않은데다가, 하와이의 높은 인건비로 인해 여전히 고가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커피 루왁. 2007년 영화 <버킷 리스트>에 등장하여, 희소성에 화제성까지 가세하여 터무니없는 가격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때문에, 생산량을 늘리려 동물학대의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지게 된 장본인. 희소성과 맛을 같은 테이블에 놓고 가치를 정한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어쨌든 루왁 커피는 ‘죽기 전에 먹어봐야 할 커피’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매력을 느끼는 커피는 아니지만, 잭 니콜슨과 함께라면 한 잔 하고 싶은 바람은 있다.

이렇게 더운 여름이 되니, 랭보가 머물렀을 아덴과 하라의 날씨를 상상하며 뜨겁고 찐하게 내린 하라 커피가 자꾸 생각난다. 랭보여, 그대가 팔려는 하라 롱베리 내게 다 보내주구려. 지옥보다 뜨겁게 내려서 그대의 시와 함께 마음껏 음미하리다.
윤선해 ㈜후지로얄코리아 대표이며, 《커피교과서》 《스페셜티커피테이스팅》 《커피과학》 《카페를 100년간이어가기위해》 등을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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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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