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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 달문의 숨은 조선사

감옥으로 전달된 얼음

광대 달문의 숨은 조선사 4. 감옥으로 전달된 얼음
내리 쬐는 태양. 더운 여름에 사람들은 지쳐있다. 달문: '펄럭 펄럭'(부채질 소리) 지난번에 내린 비가 아무 소용이 없네. 아이고, 더워라. 최가: 물렀거라! 달문의 뒤로 황소가 얼음을 실은 수레를 끌며 다가온다. 수레의 앞에는 최가(얼음창고 관리)가 서서 소리치며 사람들을 물리고 있다. 행인1: 와, 얼음이다. 행인2: 입에 물고 있으면 시원하겠다. 달문: 어이쿠 '달그락 달그락' (얼음을 실은 수레가 지나간다) 최가: 물렀거라! '척' 얼음을 실은 수레가 지나가는 길을 어린 여자아이 하나가 막아 선다. 여자아이: '촤악"(팔을 힘껏 벌리고 소리친다) 제발 부탁 드립니다. 얼음 한 덩어리만 나눠주세요. 아버지가 열이 나서 힘들어하세요. 최가: 또 너냐? '흠' 대감마님이 쓰실 얼음이라고 내가 몇 번을 얘기했느냐? 이러다 얼음이 녹으면 대감마님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최가: 냉큼 비키거라! 여자아이: 꺄악 경국대전에 의하면 한 여름의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서빙고에 보관중인 얼음을 나눠주게 되어있다. 분배되는 대상은 전 현직 고위관리와 내관들이었으며, 활인서의 병자들과 전옥서의 죄인들도 얼음을 나눠주었다. 하지만 병자와 죄인들에게 가야 할 얼음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서빙고(西氷庫): 조선시대 얼음을 보관하던 관청으로 지금의 용산구 서빙고동에 있었다. *전옥서(典獄署): 조선시대 죄수를 가두던 관청으로 지금의 종로구의 의금부 옆에 있었다. 최가는 여자아이를 밀치고 자리를 떠났다. 바닥에 주저 앉아있는 아이. 그런 모습을 보는 달문의 표정이 좋지 않다. 여자아이: 아버지. 오늘도 얼음을 구하지 못했어요. '척' (슬피 울고 있는 아이의 앞에 다가오는 달문) '두둥'(그리곤 주저 앉아 있는 아이를 내려다 보며 의미심장하게 이야기 한다) 달문: 내가 도와줄까? 여자 아이: 어, 어떻게요? 달문: 서빙고로 가서 네 아버지한테 줄 얼음을 받아오면 되지. 여자 아이: 가서 애원을 했는데 빙패(氷牌)가 없으면 얼음을 못 준다고 했어요. '딸랑' (경쾌한 소리를 내려 등장한 빙패, 아이의 머리 위에서 흔들거린다. 놀란 눈의 여자 아이) 달문: 이거 말이냐? 빙패를 들고 바라보는 여자아이 *빙패(氷牌): 빙고에서 얼음을 나눠줄 때 받는 패. 패빙이라고 하기도 했다. 여자아이: 빙패가 맞네요? 이거 어디서 났어요? 달문: 어디서 난 게 뭐가 중요하겠니? 가만 보자... 너희들 혹시 얼음 먹고 싶지 않니? 두식: 얼음이요? 달문: 어서 가자. 두식, 성진: 어디로 가요? '스윽' 달문이 손을 들어 가리키는 방향에 용산이 있다. 초가집 사이로 난 흙 길에 방금 지나간 수레자국이 길게 이어져있다. 달문: 용산에 있는 서빙고로 갈 거다. 가면서 내가 일러주는 대로 해야 한다. '어리둥절'(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달문을 바라본다) 서빙고 앞, 포졸 두 명이 창을 들고 보초를 서있다. 최가는 그 앞에 놓여있는 책상에 앉아 턱을 괴고 있다. 최가: 해도 떨어지니까 슬슬 문을 닫고 주막집에 가서 술이나 한 잔 해야지. 포졸: 콜입니다. 달문: 에헴 어험, 네가 서빙고를 관리하는 최가라는 자냐? '두둥' (고급 두루마기와 갓을 쓰고 한껏 꾸민 달문이 기세 등등 서있다. 양 옆으로 하인 분장을 한 두식과 성진이 있다)
최가: 그, 그렇습니다만 뉘신지요?
달문: 뭐? 이 놈! 병조판서의 아들을 몰라보느냐! '버럭' (달문은 화를 내며 최가에게 소리친다) 최가: '넙죽' (땅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엎드린다) 아이고!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달문: '히죽'(부채로 입을 가리며 웃는다) 처음이니까 특별히 봐주마. 두식, 성진: 풉! (최가를 바라보며 웃음을 참는다) 최가: 그런데 여긴 어인 일이십니까 달문: 내가 이 근처에 친구들과 놀러 왔는데 술이 미지근해져서 말이야. 최가: '번뜩'(눈을 반짝이며 달문을 바라본다) 술은 차갑게 해서 드시는 게 좋습죠. 그런데 병조판서 자제분이시라면 빙패를 가지고 오셨겠죠? 달문: 잔소리는 그만 늘어놓고 가서 얼음 한 덩어리를 꺼내오너라. '흔들 흔들'(최가에게 빙패를 들어 좌우로 흔들어 보인다) 서빙고 앞에서 얼음을 가지러간 최가를 변장한 달문과 두식, 성진이 기다리고 있다. 잠시 뒤 최가가 얼음을 끈에 묶어 가지고 나온다. 최가: 아주 큰 놈으로 가져왔습니다. '꽁꽁 (얼어있는 얼음) 최가: '주거니~'(얼음을 두식에게 건낸다) 잘 가지고 가거라. 두식: 넹 최가: 도련님, 살펴 가십시오. 달문: 그래~그래~ 최가: ...그런데 병판 대감은 딸 밖에 없다고 하지 않았나? '뒤적 뒤적' (품 속에서 아까 받은 빙패를 찾는 최가) '스윽' (품 속에서 꺼낸 빙패의 빨간 글자가 옆으로 번져있다.) 최가는 황당함과 분노에 몸을 떤다. 초승달이 뜬 밤. 어둡지만 달빛이 밝다. 얼음을 가져온 달문을 눈물을 흘리며 껴안는 여자아이, 뒤로 두식과 성진이 얼음을 갉아 먹고 있다. 여자아이: '와락'(달문을 껴안는다) 아저씨! 고, 고마워요. 두식, 성진: 시원해... 달문: 아니다. 얼음이 녹기 전에 어서 아버지에게 가져가거라. 여자아이: 흑 달문: 너희들도 수고했다. 두식, 성진: 재미있었어요, 달문 아저씨! '다다다' (얼음을 입에 물고 달문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그리곤 집으로 달려간다) 여자아이: (속마음)달문... 아저씨 이름이 달문이에요? 달문: 맞아. 내가 유명하긴 하지. 여자아이: 아버지랑 같은 감옥에 갇혀 계신 분이 있는데 자기 아들 이름이... 달문이라고 했던 걸 들은 기억이 나요. 달문: 그, 그럼 나도 같이 전옥서로 가자꾸나. 해마다 여름철에 여러 관청과 종친, 고위 문관과 무관들. 환관과 활인서의 병자들과 의금부와 전옥서의 죄인들에게 얼음을 나눠준다. 경국대전(經國大典) 예전(禮典) 반빙(頒氷) 임금이 해마다 6월에 70세 이상 당상관에게 얼음을 내려주되, 3일마다 한 덩어리씩을 주라고 전교하였다. 세조 2년 (서기 1456년) 5월 16일자 조선왕조실록 기록 中
정명섭
그림
철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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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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